Advertisement

Select Page

[목회단상 牧會斷想] Point time

[목회단상 牧會斷想] Point time

 

지준호 목사(헌츠빌교회)

 

왕복 4마일의 인디언 크릭 Walking trail을 걷는 시간은 내 삶에 point time이다. 하나님의 순수한 손길로 지어진 숲 속 길을 걸으며 속상한 일, 이해되지 않는 일, 걱정스러운 일, 부끄러운 일들 모두를 주님께 아뢰면서 때로는 용기 주심을, 때로는 이해시키고 설득하심을, 때로는 치료하심을, 때로는 사랑해 주심을 맛본다. 이러면서 빠르게 걷는 동안 땀이 흠뻑 흐르며 자신감과 여유가 생기는 가운데 창의력과 지혜가 새록새록 솟아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건강한 몸과 마음에서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살며 삶이 쉬워지는 열매를 맛본다.

이렇게 즐거운 걷기를 해가 뉘엿뉘엿 질 때에야 시작을 하였다. 30분을 빠른 걸음으로 신비하고 아름다운 하늘과 들풀을 즐기며 걷고 반환점을 돌아서는데 조깅을 마친 한 사람이 이야기한다. 노중에 카이오리를 보았다고…. 나도 가끔 카이오리를 볼 때가 있는 터라 “그랬냐”라고 흘려 대답을 하곤 남은 2마일을 해질녘의 정취를 즐기며 걷기 시작하였다.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땅거미가 빠르게 내리는 듯하더니 주위가 어두워진다. 숲 속에서의 밤을 예견 없이 만난 나는 평상시에 누리는 평화로운 가운데서 오는 온갖 즐거움 대신 머리가 쭈뼛쭈뼛해지며 의심하는 마음과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갑자기 옆에서 카이오리가 튀어나와 공격할 듯한 느낌과 함께 주위의 나무들이 움직이는 무언가처럼 여겨진다. “귀신은 무슨 귀신”하며 살던 나에게 귀신이 실재하여 나타날 듯하다. 난 뛰기 시작하였다. 아불싸! 귀신들과 카이오리들과 나를 해치려는 모든 것들이 나보다 빨리 뛰면서 따라오는 듯하다.

빛과 어둠의 차이를 으시시한 대가를 치르며 배운다. 어둠은 우리들에게 쓸데없는 의심과 두려움 속에서 흘리지 않아도 될 땀을 흘리게 한다. 마음이 어두우면 상대하는 사람을 의심하고 오해하여 다투고 미워하며 원수로 만들고, 시대의 변화가 보이지 않아 멍청한 짓을 하며 살고, 진리가 보이지 않아 스스로는 복음의 파수꾼이라 생각하는데 사단이 하는 일을 함이 얼마나 많은가! 어둠에 있어 이룰 수 없는 헛된 욕심에 메이고, 쓸데없는 전통에, 잘못 이해된 율법과 교리에 메여있으면서도 이를 알지 못하고 나와 남을 해하는 말과 행동을 하며 살게 된다. 신앙생활을 하며 생명이 있게 하고 풍성하게 하려는 분과 하나 되어 사랑을 누리며 가치 있는 삶을 살기는커녕 큰 짐을 지고 끙끙거리는 일은 얼마나 많은 지! 어둠에서 빛을 경험하게 하지는 않고 “빛을 발하라”라고 강요하는 표어들은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위선되게 하고, 부담되게 하며 보이지 않게 사람들의 교회생활을 짜증스럽게 하는 일은 얼마나 많은지! 밝은 빛에 살면 저절로 평상의 삶이 빛을 발하는 삶이 될 텐데…….

한 할머니가 푸념하며 자책을 한다. “건강하게 해 달라고” 아침저녁 기도를 하는데 몸은 점점 더 아파진다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모양이라고…. 내 기도는 응답해주시지 않는다고….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가?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가? 푸념을 늘어놓는다. 진리의 빛 안에 있으면, 늙으면 자연스럽게 아파지는 것을 받아 드리며 스스로 믿음 없다고 자책하지는 않을 텐데…. 기도를 하고서 오히려 응답 없음에서 오는 실망을 맛보지는 않을 텐데…. 하나님이 사랑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노심초사할 필요가 없어질 텐데….

빛은 나와 하나님만이 아는 내 말의 근원이 무엇인지, 행복과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주신 세상의 매뉴얼이 무엇인지, 시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인간이 어떤 모습인지 알게 하여 자유한 영혼이 되게 하는데…. 주어진 상황을 보며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해야 할 것은 지혜를 구하며 기도에 응답하심의 기쁨을 누리게 하는데…. 이러며 나이 듦에서 오는 주름과 백발을 지혜의 상징으로 아름답게 만들며 후손들에게 유능한 상담자가 되며 존경받는 즐거움을 누리게 하는데…. 어둠에 있으니 나이 들면서 터득한 지혜와 경험을 오히려 고집스럽고 욕심 많고 말 많아 미운털 박힌 노인네 되게 하는데 사용을 한다.

하나님과 정직한 교통을 하며 모르는 것을 묻고 질문하며 깨달아가는 것이 빛으로 나가는 일인데…, 주어진 모든 상황과 그에 처한 내속의 모든 마음을 이야기하는 일이 빛으로 나가는 일인데…, 내 말과 행동의 근원이 무엇인지 보는 일이 빛으로 나가는 일인데…, 이해되지 않는 말씀을 정직하게 질문하는 일이 빛으로 나가는 일인데….

캄캄한 인디언 크릭에서의 Point time은 성도들을 빛으로 나가는 일은 하게 하지 않고 욕심 가득한 부르짖음과 헌신과 봉사를 강요하며 교회만 배부르게 하는 어두움에 머무르게 하는 내가 되지는 않는지 돌아보게 한다.

미주침례신문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