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평 목사의 목회의 뒤안길에서] 동이 트는 새벽 강가에서의 침례식
목회의 뒤안길 68
목사에게 결혼식은 언제나 즐거운 예식이다. 반면에 장례식은 오히려 결혼식보다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좋다.
목사에게 침례식은 특권이며 기쁨과 보람이다. 필자는 필리핀 강가와 대전에서 시냇가의 침례식이 눈을 감아도 생생하다. 마닐라에서 찌쁘니를 타고 한 참을 가서 배를 타고 몇 시간, 그리고 고속버스로 하루 종일 달려간 곳은 필리핀 중부 섬 웨스트 사마르이다.
1993년 11월 첫 화요일 새벽, 침례식을 하기 위해 카누를 타고 강을 따라 한참을 가서 필리핀 목사와 필자 그리고 일곱 명이 모두 강물 속에 들어가 한 줄로 섰다. 목사는 한 사람씩 손을 잡고 기도하고 한 사람씩 침례를 주었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기도하는지 한 사람을 붙들고 기도하는 시간만 어림짐작해도 5분은 족히 넘는 것 같았다. 필자도 필리핀 목사의 부탁을 받고 두 사람에게 침례를 주었다. 동쪽 하늘에서 해가 막 솟아오를 때 시작했는데 모두 마치고 강물에서 함께 올라올 때는 해가 많이 떠올랐다. 예수님께서 침례 받으실 때 하늘이 열리고 성령님이 임하신 요단강 침례식이 떠올랐다.
장로교 선교사들 모두 침례식을 했다. 천주교에서 세례 받았던 사람들에게 다시 세례를 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기에 선교사들이 자기를 파송한 한국 교단에 건의해서 허락을 받고 침례를 준다고 했다.
대전 대광교회에서의 시냇가의 침례식이 기억난다. 교회에 침례탕이 있지만 여름에는 시냇가에 가서 침례식을 하였다. 1990년 9월, 금산 가까운 시냇가로 갔다. 교회 밴과 승용차 그리고 성도들의 자동차를 동원해서 30분 정도 갔다. 침례 받는 사람은 13명인데 같이 모인 사람은 40여 명이나 되었다. 강가에 큰 텐트 둘을 치고 남자 여자 옷을 갈아입게 만들었다.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맑고 깨끗한 시냇물, 침례 받는 이들은 시냇물 속에 나란히 한 줄로 서고, 물가에선 축하하는 성도들의 찬송이 시냇가에 울려 퍼져 나갔다. 모두 기쁨과 감사가 넘쳤다.
사도들이 부활의 주님을 전파할 때 믿고 침례 받은 사람들이 하루에 삼천 명이나 되었다. 한국 논산 훈련소에서도 수천 명의 훈련병이 침례 받는 기록이 여러 차례 있다. 미주 한인 교회 안에서도 더 많은 침례 받는 사람들이 나오기를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