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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하나님, 크게 사용해 주세요!

[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br></br> 하나님, 크게 사용해 주세요!

 

“하나님, 앞으로 저를 크게 사용해 주세요!” 약 8년 전 어느 금요일에 캠퍼스에서 청년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던 중 문득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다. 왜 이런 기도를 드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뜬금없이 그날 내가 드렸던 기도임에는 분명하다. 크게 쓰임 받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였을까? 기도 후에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이렇게 물으시는 것 같았다. ‘아들아, 네가 양육하는 청년들이 더 크게 쓰임을 받으면 안 되겠니?’ 당연히 ‘아멘!’으로 화답해야 하는 게 맞지만, 순간 나는 ‘그럼… 저는요?’라고 되물었다. 뭔가 알 수 없는 서운한 마음에 ‘청년들이 크게 쓰임 받으려면 제가 더 잘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요?’라고 다시 물었지만, 하나님은 쿨(Cool) 하셔서 그런지 더 말씀이 없으셨다.

그 후로 8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주어진 사역을 반복하며 늘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지만, 뒤돌아보면 하나님께서 그동안 졸업한 청년들을 귀하게 사용하고 계심을 보게 된다. 우리 교회 출신들은 졸업 후에 뉴욕의 어느 교회로 가든지 열심히 섬긴다는 소문이 있어서 사역에 곧바로 투입된다고 한다. 대학 시절 이곳에서 믿음의 공동체 생활을 찐하게(?) 경험한 졸업생 중에는 간혹 다른 교회에서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학부를 회장으로 섬겼던 A 형제는 졸업 후에 뉴욕의 어느 큰 교회의 청년부 수련회를 처음 참석했다가 예배와 기도가 아닌 친교 중심의 프로그램에 충격을 받았다. 고민 끝에 나눔의 자리에서 ‘청년부 수련회’라는 말 대신 차라리 ‘청년부 단합대회’로 명칭을 바꿔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제안했다가 그곳 청년들과 청년부 목사님께 눈총을 받았다는 것이다. 담대함과 눈치 없음의 조화가 빚어낸 불편함은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공동체에도 좋은 자극이 되지 않았을까?

B 자매는 대학부 찬양팀을 인도하며 열심히 섬기다가 졸업 후에 한국으로 귀국했다. 본인이 섬기던 교회로 돌아가서 청년부 회장을 맡아서 섬겼는데 하루는 장편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지옥”같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내용과 함께 조언을 구했다. 요약하자면, 우선 선포되는 말씀에 복음이 없어서 청년들이 영적인 기근 가운데 살아가고 있고 정말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청년들로 만들어진 찬양팀이 예배 때 찬양을 마친 후에 설교 시간에는 예배당을 나가는 일이 종종 있었고, 하루는 이를 보다 못한 어느 권사님이 직언했다가 찬양팀 전원이 교회를 떠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교회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시끄러워졌고 B 자매는 이런 교회를 계속해서 섬겨야 하는지 아니면 본인의 신앙을 위해서 건강한 교회를 찾아 떠나야 할지를 물었다.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결론적으로 B 자매는 교회를 떠나지 않고 버티기로 했으며 그 결정을 전해 듣는 순간 얼마나 감사하고 기특했는지 모른다.

지난 13년간 목회하면서 주의 종으로 헌신하고 신학대학원으로 진학한 청년들은 지금까지 약 14명가량이 된다. 평균 한 해에 한 명은 목회자로 헌신하는 셈이다. C 형제는 의대를 진학하려고 계획했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하고 신학대학원으로 방향을 바꿨다. 부모님의 실망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우리 부모님도 그랬으니까), C 형제의 아버지는 실망을 넘어서 분노하고 계셨다. 차로 3시간 거리를 한달음에 오셔서 처음 하셨던 말씀은 다음과 같다. “목사님, 오늘 제가 이곳까지 온 것은 목사님께 설득을 당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제 아들을 말려 달라고 부탁하러 온 것입니다. 제 아들을 제발 놔주시기 바랍니다.”

순간 마치 내가 신천지 같은 이단의 교주라도 된 느낌이었다. ‘저는… 잡은 적도 없고, 신학교 가라고 등 떠민 적도 없는데요…?’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일단 경청하기로 했다. 약 2시간 동안 C 형제의 아버지는 왜 본인의 아들이 목사가 되기에 부적합한지를 분석적으로 치밀하게 잘 설명해 주셨다. 본인의 아들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부분 일리가 있는 말씀인 것 같았다. 그런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분석 가운데 정말 중요한 요소가 하나 빠졌다. 다름 아닌 하나님, 하나님께서 이 그림에 빠져 있었다! C 형제는, 아니 C 전도사님은 현재 신학 공부를 마치고 모 교회에서 유년 주일학교 사역을 잘 감당하고 있다. 지금도 가끔 기도가 나온다. ‘하나님, C 전도사는 정말 크게 쓰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아버님께 제가 평생 원망을 들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씨를 뿌리고 물을 주지만, 자라게 하시는 분은 정말 하나님이시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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