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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단순한 영혼이 여는 하루하루    

[목회단상 牧會斷想] 단순한 영혼이 여는 하루하루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단순한 영혼이 여는 하루하루   

간단명료한 말에 능력이 있다. 그래서 “믿습니까?” 단순한 질문에 “아멘”으로 화답을 유도하는 설교들이 구원을 확신시키는 열매를 맺었다. 여기에 “충성하고, 봉사하고, 사랑하라” 그러면 축복받는다는 단순한 설득에 기적의 신비한 이야기들을 더하며 교회는 부흥하였다. 

하지만 과학이 대세인 세상으로 바뀌며 단순한 설교가 꼰대 같은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은혜와 사랑으로 은폐된 교회와 성직자들의 부조리들이 교회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했다. 결여된 분별력과 지혜가 드러나면서…. 결국 부흥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쇠퇴의 위기를 맞았다. 

단순함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세뇌되었거나 맹목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이분법적이고 편견 된 단순함이고 다른 하나는 맑고 순수한 영혼에서 나오는 진리와 논리가 만드는 단순함이다. 두 단순함 모두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하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은 창대하나 나중은 미약해지고”, 다른 하나는 “처음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해 저”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이룬다.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이루는 단순함은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십자가의 은혜로 치유받고 사랑받은 맑고 순수한 영혼들이 진리와 사랑의 음성을 들으며, 자신과 실체를 바르게 보아, 편견을 넘어 자유하고, 욕심을 넘어 포용하면서 진실과 지혜를 단순 명료한 언어로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공감을 얻으며 신뢰 가운데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어 존재가치를 누리게 된다. 

맹목적인 단순을 넘어 진리에 눈뜨고 정직한 가운데 나오는 단순 명료한 메시지가 필요한 시대다. 인간은 연약함에서 오는 의지하고픈 마음, 게으름, 내면을 비추기 싫은 마음, 내면에서 간섭하는 소리를 싫어하는 습성이 있다. 여기에 단순한 맹목적인 언어와 신비한 기적의 달콤함에 현혹이 되면 밝은 빛을 통과한 후의 단순 명료한 삶에서 나오는 능력을 누릴 수 없다. 비록 커다란 빌딩에 인파를 가득 채운 대형 교회를 세우는데 공신이 되고, 이를 주도한 성직자는 능력 있는 종교 지도자로 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교회는 세상을 분열시키고 혼돈케 하는 데 기여한다.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하는 찬송을 부끄럽게 하면서. 

문화와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진 성경을 맹목적으로 단순한 신앙이 때로는 문자적으로, 때로는 구미에 당기는 구절만 떼어 내어, 때로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알레고리컬하게 해석하며 사고력, 창의력과 탐구력을 무시하고 어리석은 단순한 말에 맹종하게 하는 사람들이 되게 하였다. 그리고 강요된 신앙에서 온 위선적인 사랑, 어리석은 착함으로 부정부패의 온상이 된 종교가 되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려지게 하였다. 

단순한 한마디의 질문에 답하기 힘겨워 방황한 것이 은혜였음이 새롭다. 부끄러움과 죄를 보고 드러내야 하고, 생존과 명예가 사라질 듯한 자존심을 포기해야 하고, 옳은 듯한 내 생각과 무시하고픈 남의 마음과 생각을 인내를 가지고 듣는 것이 내가 져야 할 십자가가 아닐까? 

잠자리에서 밝아오는 빛을 감지하고 벌떡 일어나 게으름을 이기고, 잠자리를 정돈한 깔끔함을 즐긴 후 밖으로 나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한다. 아랫말산을 오르기 전 푸시업으로 부드러워지는 근육을 즐기고 헐떡이며 정상을 오르느라 이마에 흐른 땀을 산바람에 식히며 누리는 성취감에 눈을 지그시 감고 양팔은 하늘을 향하여 들고 큰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동산을 거닐며 싱그런 숲과 맑고 고운 새소리와 어울리다 멀리서 못된 뻐꾸기 우는 소리가 도덕으로 좁아진 마음을 넓힌다. 주어질 환경을 대하며 “할 수 있는 것인지 할 수 없는 것인지” 분별하여서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고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 발견될 때까지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려야지. 신선한 맑은 공기를 실컷 들이마시고 내뿜고 적절하게 먹고 마시며. 

듣고 또 듣고 이해하고 말하며 난제를 풀며 이해 폭을 넓히는 데서 오는 공감을 누려봐야지. 우주의 모든 것들과 평등한 관계에서 어우러지는 평화를 누리며. 때로는 나약한 인간임을 인지하고 눈물 흘릴 때 위로받고 치료받으며 사랑을 누리고, 장애물 너머에 있는 단순함에서 오는 눈으로 실재와 진리를 바르게 보고 삶을 가치 있게 할 기대를 품고 하루를 열고 또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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