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스턴 신학칼럼-이장렬 교수] 바디매오와 제자도 (1)
주일학교를 성실하게 다녔다면 바디매오 이야기를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으로 생각된다. 맹인이 눈을 뜬 신비한 사건, 그 신기한 사건의 중심에는 우리 주 예수님이 계신다는 설교 혹은 거지 바디매오의 간절한 부르짖음을 따라서 우리 역시 예수님께 간절히 부르짖어야 한다는 설교를 아마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아는 바디매오 이야기의 전부일는지 모른다. 또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마가복음 내에서 바디매오에 관한 이야기는 매우 짧은 분량이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성경의 장과 절의 구분에 따르면 10장 46절부터 52절까지 그저 딱 일곱 절(verses)에 불과하다.
물론 분량만으로 평가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주일학교에서와 설교시간에 들어서 익히 알고 있는 데다가 길이도 지극히 짧은 바디매오 본문을 주제로 해서 굳이 칼럼 연재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을 수도 있다. 영어로 말하자면, 오버킬(overkill)은 아닌지 생각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바디매오 본문을 가만히 잘 들여다보면 그저 ‘일곱 절에 불과한’ 본문이 아니며, 제자도에 대한 빛나는 가르침을 담고 있는 보물 창고임을 금세 깨닫게 된다.
바디매오 본문의 중요성과 의의에 대해서는 연재 기간에 걸쳐 이런저런 모양으로 암시하게 될 것이다. 그에 앞서 연재의 시작 부분인 1, 2회에서는 마가가 기록한 바디매오 이야기(10:46-52)가 지닌 중요성을 역사적, 문학적, 신학적 측면에서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번 회에서는 바디매오 본문이 제공하는 역사적 정보와 그 가치에 대해 간략히 다룬다.
바디매오 본문의 역사적 중요성
마가복음 10:46-52은 바디매오라는 인물 그리고 예수님이 그를 어떻게 만나 주셨는지에 관한 의미 있는 역사적 자료를 제공한다. 마가복음 10:46에 나타나 있듯 저자 마가는 예수님이 고쳐주신 사람을 소개함에 있어 “디매오의 아들”과 “바디매오”(주: 바디매오는 ‘디매오의 아들’이란 뜻으로 아람어 바[아들]와 헬라어 디매오[영예]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이름)라고 중복된 언급을 하고 있다.
그들이 여리고에 이르렀더니 예수께서 제자들과 허다한 무리와 함께 여리고에서 나가실 때에 디매오의 아들인 맹인 거지 바디매오가 길 가에 앉았다가(막 10:46)
여기서 별도의 소개나 설명 없이 “디매오”와 “바디매오”가 언급된 것은 적어도 이 둘 중 한 명 혹은 두 사람 모두가 마가의 원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가복음 본문이 바디매오에 대한 (적어도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역사적 자료를 제공한다는 사실은 공관복음 병행 구절인 마태복음 20:29-34 및 누가복음 18:35-43과의 비교를 통해 더 명확해지는데, 이들 병행 구절에서는 그를 맹인이라고만 언급할 뿐 그의 이름(“바디매오”)은 언급되지 않는다. 맹인의 이름(“바디매오”) 혹은 그가 “디매오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은 오직 마가의 기사에서만 보도된다. 물론 그의 이름에 대한 이런 중복된 언급은 잘 알려진 교회의 전승대로 마가의 독자들이 아람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방인들 그리스도인이었음을 암시해 주는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5:41; 7:34 참조). 그러니까 아람어 바가 ‘아들’이란 뜻을 지녔음을 이방인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 마가가 “디매오의 아들 …… 바디매오”라는 중복적 언급을 마다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저자 마가가 예수님께 치유받는 사람을 거명하는 경우는 이 본문이 유일하기에 이러한 독특한 거명 행위는 그가 바디매오라는 특정 인물에 대해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드러내 주는 것으로 보인다. 치유받은 자의 이름이 거명되는 경우에 상대적으로 근접한 마가복음 내의 본문은 5장 21절 이하에 나타난다(5:21-43). 그러나 마가복음 5장은 치유받은 12세 소녀의 아버지의 이름(“야이로”)을 언급할 뿐(5:22) 치유된 소녀 자신은 거명하지 않는다. 치유된 사람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는 것은 이미 밝힌 대로 마가복음 내에서 바디매오 본문(10:46-52)이 유일무이하며, 우리는 이러한 유일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회에서는 바디매오 본문(막 10:46-52)이 가진 역사적 정보와 그 가치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언급하고 암시했다. 이어지는 2회에서는 바디매오 본문이 지닌 중요성을 문학적 그리고 신학적 관점에서 간단하게 조명해 보고자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