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수다(16) – 무엇의 십일조예요?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무엇의 십일조예요?
호탈한 성격의 교인이 있었다. 낯선 사람과도 잘 어울렸기에 새 신자가 오면 말동무가 되는 일을 도맡아 했다. 우스갯소리도 잘하고 음식값은 꼭 자신이 계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니 당연히 주위에 사람들은 많았지만, 항상 주머니가 비어있기 일쑤였다. 그래서 그런지 헌금은 인색한 편이었다.
그런 그가 수요예배를 마치고 내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얼굴이 약간 굳어있었기에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그의 말은 자신이 사업을 하는데 십일조를 어떻게 드려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즉, 총수입이냐, 순수입이냐, 아니면 가정에 가져다주는 생활비의 십일조를 드려야 하는 것이냐에 대해 질문을 한 것이다.
서툰 목사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 못 한다든지, 의도를 파악하면 그것이 옳지 못하다고 여겨질 때 야단부터 친 후 바른 길(?)을 제시한다. 그러면 마음 닫고, 사람 잃고, 본인은 후회하게 된다.
경험이 약간 있는 목사는 무엇의 십일조를 드리든 간에 십일조를 드리려고 상담하러 온 것을 칭찬하며 처음에는 조금씩 드리다가 나중에 하나님이 복을 주시면 더 드리면 된다고 하며 하늘에 손을 뻗고 마음껏 축복할 것이다. 서툰 목사보다는 낫지만, 처음에 적게 드리다가 나중에 많이 드리는 사람은 거의 만나보지 못했으니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듯하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목사 노릇도 오래 하면 관록이 붙어서 도사가 되어야 한다. 그의 질문에 본뜻을 빨리 알아차려 그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지만 상처받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도전 의식을 심어주는 대답을 해야 한다.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OO 성도님이 하나님께 한 푼이라도 더 드려 주님의 마음을 기쁘시게 하려고 이렇게 찾아왔으니,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이미 받으셨을 것입니다. 지금 그 마음 그대로 하나님께 드리면 하나님께서 범사에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잠시 그의 눈빛이 ‘이건 아닌데…’라는 듯이 흔들리더니 무엇을 결심했는지 이내 얼굴이 붉어지며 다시 평안해졌다.
사실 헌금을 드릴 때 총수입이면 어떻고, 순수입이면 어떠하며, 생활비면 또 어떤가… 그는 비록 생활비의 십일조를 드려도 된다는 대답을 듣고 싶어 왔지만, 그 대답을 하면 지금은 좋겠지만 그의 신앙성장이 느려질 것은 자명한 것이며, 당장 그의 수입을 잘 계산하여 드릴 것도 아닌데 괜히 죄의식을 심어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평생 신앙생활을 하며 헌금할 수 있는 믿음의 원리를 알려주는 것이 그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그는 착실하게 헌금생활을 시작했고 신앙도 성장했다. 그의 수입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점차 헌금 액수가 늘어가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그는 빈 주머니 사장에서 벗어나 실속 있는 사업체를 운영하게 되었다.
목회하면서 때론 난감한 질문을 받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이때 평생에 남을 한마디를 해주는 것이 그를 위해서나 목사 자신을 위해서 귀한 일이다. 대답할 때 주의하자. 목사는 설교도 잘해야 하지만 대답을 잘해야 제대로 목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