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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너는 부활을 믿냐?

[목회단상 牧會斷想] 너는 부활을 믿냐?

 

지준호 목사(헌츠빌교회)

 

초등학교 친구들 5명과 함께 뉴욕 보스턴 캐나다 워싱턴 등지를 여행을 한다. 많은 것을 보고 싶어 빠듯한 일정을 잡아 서두르며…. 녀석들과 함께 미술관 앞에 섰다. 한 친구가 제안을 한다. 미술품들을 보아도 그냥 좋은 그림이라는 것 밖에 알지를 못하니 미술관 앞에서 사진 박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토론 없이 만장일치로 안건이 채택되었다.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시간을 절약하고 미술관 앞에 일렬로 포즈를 취하는 녀석들이 모두 즐겁다. 자랑하고 싶은 욕망은 충족시키고, 척하는 겉치레로부터는 자유를 누리며…. 턱은 약간 하늘을 향하게 하고 목은 힘을 주어 근엄하게 한 녀석들이 철이 든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다.

종일 쏘다니다 호텔에 돌아온 녀석들의 몸은 피곤한 듯한데 입은 지칠 줄을 모른다. 걔는 빨갱이이고, 그놈은 꼴통이고, 나라가 이래서 이 모양이고, 사회는 저래서 저 모양이고, 정치에서 경제로 사회 과학의 이야기로 예상을 할 수 없이 주제를 이리 저리로 옮기며 재판관들이 된다. 때론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하며, 자기들끼리 언성을 높이다가 꼬리를 내리고 잠잠해지기도 하면서….

이러다 한 친구가 기발한 심판 거리를 찾은 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며 질문을 한다. “너는 부활을 믿냐?” 예상치 못한 질문에 벙벙해진 나는 고개를 잠시 흔들어 정신을 차리고 “예수 믿는 사람이 부활을 믿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했다. 대답을 들은 친구가 “그러면 부활하신 예수님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계시냐?” 한다. 난 친구가 질문하는 숨은 뜻을 알아차렸다. 왜? 부활하신 하나님이 계시는데 세상이 이 모양이냐고, 교회도 신앙인들도….

시끄럽던 녀석들이 조용해진다. 내 대답을 기다리느라.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의 마음속에도 계시고 이 세상 어디에도 계시지…. 빛으로, 목자로, 상담자로, 치료자로, 위로자로 친구처럼 신랑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시며…. 그래서 부활을 믿는 사람들은 환경이 주어 졌을 때 주님의 밝은 빛으로 나가 속마음도 문제도 모두 내어 놓게 되지. 이럴 때 모르는 것이 있음도, 미움과 편견과 욕심에 메인 모습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죄하고 판단하며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서 이놈이 어떻고 저놈이 어떻고 하는 어리석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지. 그리고 겸손하게 더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얻기 위해 귀 기울이게 되지. 이러며 주어진 상황을 바르게 보게 되지. 이때 무엇을 해야 할지가 바로 보이지. 그래서 지혜로운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되지. 이러면서 얼굴을 붉힐 일은 줄어들고 수고하는 모든 일들이 아름다운 열매가 맺게 하는 삶을 살게 되지. 자연스럽게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면서….

그런데 난 예수님이 내 죄를 위하여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것만 믿으려 했지. 부활한 예수님이 어디서 무엇을 하시는 줄은 모르고…. 나 죽은 다음에 갈 천국을 준비하며 기다리시는 줄만 알았어. 바쁜 삶을 살다가 부활을 잊게 될 만할 때 부활절이 찾아와 부활하신 것을 마음에 다시 새롭게 하곤 했지. 부활하신 주님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던 난 하늘을 향해 손을 들고 달라고 떼쓰는 기도를 열심히 하곤 했지. 이러면서 실망한 적도 많았지. 기도에 응답이 없는 듯하여…… 내 안에 계시면서 내 마음과 상황을 아뢰면 사랑스럽게 빛과 상담자가, 위로자가, 치료자가 되어 주시며 필요한 응답을 해 주시는데…… 나의 현실의 삶에 구체적으로 개입하시며…. 하나님과 동등하게 인격적인 대우를 해 주시며….

우리 모두가 미술관 간판 앞에서 사진을 박으면서 겉치레에서의 자유함을 맛보았지. 난 미술관을 뒤로하고 운전하면서 부활하셔서 내 안에 계시는 주님의 밝은 빛 앞에 내가 한 말과 행동을 비추어 보았지. 이때 내 안에 계시는 주님께서 가슴속으로 하시는 음성이 있었어. ‘사랑스러운 손주들과 미술관을 갈 때도 미술관 간판만 박고 가자고 할 거야?’ 이 음성을 듣고 난 미술사 공부를 하기로 작정을 했다. 손주들과 함께 작품들을 보며 르네상스를 주도한 정직한 신앙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고대 중세 현대에 걸쳐 변화하는 그림 기법과, 하나님이 주신 창의력을 어떻게 발휘했는지를 설명할 꿈을 꾸게 되었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멋진 예술가들 같은 삶을 꿈꾸게 해 주고 싶은 소망이 생기는 거 있지.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환경을 만나든지 복된 결과물로 만들며 살지. 부활하여 내 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계시는 예수님과 깊은 교제가 이루어지면 질수록 …. 그런데 내 안에 계시는 주님을 알지만 주님을 무시하고 살아갈 때가 많더라. 감정이 먼저 앞서고, 작은 머리에서 계산되는 생각이 앞서고,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이 진리인양 착각하고서…… 그러나 난 내 안에 계시는 빛이신 주님 앞으로 나가 상담하고 인도를 받는 즐거움을 늘 느끼려 하지….”

 

어설픈 지식이 너무 많은 녀석들의 눈망울에 생명의 기운이 솟을 듯 말 듯하다. 봄을 맞이한 매화가 백설이 난 분분하여 필똥 말똥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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