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간증] “주가 쓰시겠다 하라” [제 42차 정기총회 마치며 (1)]
전동훈 목사 (제 42차 정기총회 예배분과)
[특별간증] 총회 찬양팀 후기 [제 42차 정기총회를 마치며 (1)]
2010년에 생애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으며 입학했던 리버티 신학교에서 예배학을 공부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때 배웠었던 예배에 관한 주옥같은 내용들은 이제 거의 기억나질 않는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우개가 되어 내 머릿속 노트에 적힌 필기를 한 장씩 한 장씩 지워버리니 이제는 다시 하얀 백지가 된 것만 같다. 그런데 총회 준비위원장을 맡은 고명천 목사님(커넥트교회)은 단지 예배학 전공자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예배분과 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아닌가. 당황스러웠다. 웬만하면 이 잔은 피하고 싶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으로는 이 난관을 피해 갈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예배학 전공자이자 프로 뮤지션이었던 민선식 목사님(애쉬빌 한인침례교회)이 예배분과 위원장을 맡기에 가장 적절한 것 같은데요…”
“민 목사님은 총회가 열리는 애쉬빌 지역을 가장 잘 아는 분이기 때문에 교통분과 위원장을 맡아야 합니다.”
준비위원장의 쐐기를 박는 결정타 앞에 나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못 한 채 순복하고 말았다. 마지막 확인사살과 같은 고 목사님의 한마디가 내 가슴을 더욱 쓰리게 만들었다.
“일 제일 많이 하고도 제일 욕 많이 먹는 분과가 예배 분과하고 교통 분과라고 하네요.”
대충 생각만 해봐도 앞으로 부딪쳐야 할 여러 가지 난관이 훤하게 보였다. 우선 총회 장소가 대도시에 있는 대형교회가 아니라 산속 시골 마을에 있는 컨퍼런스 센터인 것이 결정적인 문제였다. 총회의 취지에 맞게 최대한 여러 교회들의 성도들이 함께 참여하는 연합 찬양팀을 구성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뛰어넘기 어려웠다. 짧게는 차로 1~2시간, 길게는 4~5시간 거리에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연습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이 사람들이 5일이라는 기간 동안 총회를 위해 가정을 비우고 생업을 뒤로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다음은 재정적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펀드레이징 목표금액인 7만 불을 채우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상황에서 6~7명이나 되는 찬양팀 구성원들에 대한 호텔 숙박비용과 식사비용을 추가예산으로 잡아달라고 요청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그래 이거야!”라고 할 수 있는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여기에 더하여 악기도 큰 문제였다. 교회에서 총회가 열리면 그 교회의 악기를 그대로 사용하기만 하면 되는데, 릿지크레스트 컨퍼런스 센터에는 모든 악기를 직접 가져와서 세팅해야만 했다. 총회 예배용 악기와 Youth 예배용 악기 두 세트를 모두 다 구해서 총회 장소까지 옮기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큰 숙제였던 것이다.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최후의 방법으로 아껴 두었던 마지막 카드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바로 NC에 계신 목사님 사모님들로만 이루어진 찬양팀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NC 지방회 안에는 뛰어난 음악적 달란트를 가진 목사님, 사모님들이 계셨다. 문제는 이분들이 총회에 모두 참석할 수 있는지, 그리고 찬양팀으로 섬길 여건이 되는지였다. 총회가 가까이 다가와도 참석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 분들도 계셨고, 다른 분과에서 섬겨야 할 분도 있었다. 모든 것이 불투명했다. 마지막 카드로 생각한 NC 지방회 찬양팀마저도 어려워지면 더 이상 다른 대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나님께 답답한 마음으로 토로하며 기도할 때 하나님은 이 말씀으로 응답해주셨다.
“만일 누가 무슨 말을 하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즉시 보내리라”(마태복음 21:3)
“그렇구나. 하나님이 쓰시고자 하면 묶여 있던 어린 나귀 새끼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풀려나 우리 주님을 등에 업을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구절이 한 알의 씨앗이 되어 불안과 근심에 사로잡혀 있던 내 마음 밭에 작은 뿌리를 내렸다. 주신 말씀에 힘입어 목사님들께 연락을 드려 한 분 한 분 스카웃에 들어갔다. 참 신기하게도 어렵게 부탁을 드렸던 모든 목사님, 사모님들이 너무나도 흔쾌히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섬기겠다”라는 답을 주셨다. 마치 내가 그분들께 부탁을 드리고 있을 때 곁에서 성령님이 “주가 쓰시겠다”라고 함께 말씀해주시는 것만 같았다. 성령 하나님의 도우심에 이분들의 자원하는 심령이 더해져 마침내 찬양팀 구성을 마칠 수 있었다. 나 같은 아마추어와는 급 자체가 다른 프로페셔널 베이시스트 출신 민선식 목사와 옹기장이 싱어 출신인 유노진 사모 커플(애쉬빌한인침례교회), 한동대학교 시절부터 뛰어난 락 기타리스트로 유명했던 주상현 목사(NC 주총회 아시안 미니스트리), 음악 전공자 부부이자 환상의 예배 사역 듀오(찬양인도 & 키보드)인 박상언 목사와 장은미 사모 커플(샬롯열린교회),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은혜를 많이 받는 예배인도자 커플인 장민우 목사와 김미성 사모(Southeastern 신학교, 찬양인도 & 키보드), 예수 믿기 전 노래방에서 갈고 닦은 노래 실력으로 전공자들 사이에 당당히 서게 된 박지연 사모(그린스보로 은혜로교회), 달라스 지역 한인 노래경연대회에서 대상 정도는 그냥 가뿐히 받은 탁월한 싱어 김성경 목사(샬롯열린교회), 마지막으로 특송 지휘와 함께 중후하고 깊은 목소리로 새벽 부흥회 찬양을 섬겨줄 이강국 목사와 박영주 사모 커플(랄리한인교회) – 이렇게 드림팀을 이룰 수 있었다. 이런 실력자들을 따로 섭외해서 한자리에 모으려 해도 쉽지 않을 터인데, 규모가 그리 크지도 않은 NC 지방회에 이런 목사님, 사모님들이 이미 다 모여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마치 42차 총회를 위해 하나님께서 우리보다 앞서가시며 이 사람들을 미리 NC로 모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하나님께 감사의 고백을 올려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찬양팀 구성을 마쳤으니 이젠 연습 일정을 잡아야 했다. 모두 목회와 사역에 정신없이 바쁜 분들이었기 때문에 여러 번 모이기는 어려웠다. 제한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충분한 연습을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 안에 서로 친해지고 하나 되는 공동체성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과감하게 A팀과 B팀 각각 1박 2일로 연습 일정을 잡았다. 감사하게도 준비위원회에서 찬양팀 연습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주었고 두 개의 교회에서 연습을 위한 장소와 식사를 지원해 주었다. 길게는 5시간을 운전해서 와야 하는 먼 거리였지만 그 누구 하나 불평 없이 단숨에 달려와 주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 찬양하고 교제하며 보낸 1박 2일은 육체적 피로를 훨씬 뛰어넘는 큰 기쁨과 끈끈한 전우애를 선물로 안겨다 주었다. 악기를 확보하는 일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필요한 악기들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 Youth 예배에 사용할 드럼을 구하지 못해 계속 애를 먹다가 마지막으로 김중규 목사님(랄리제일한인침례교회)께 전화를 드렸다. 상당히 소심한 목소리와 죄송한 말투로 부탁을 드렸는데 목사님은 흔쾌히 “우리 교회 드럼 내 차에 실어서 갈께요”라고 대답해주시고 그 무거운 드럼을 직접 차에 실어서 가져와 주시기도 하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도와주시고 섬겨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총회의 예배는 하나씩 하나씩 준비될 수 있었다.
< 다음 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