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elect Page

[강태광 목사의 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진리의 오솔길] 기독교 문학 산책 – 서머셋 모옴의 “점심”

[강태광 목사의 문학의 숲에서 만나는 진리의 오솔길]  기독교 문학 산책 –    서머셋 모옴의 “점심”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대표)

서머셋 몸의 “점심”

고급 호텔에서 지나치게 과분한 점심을 먹었던 남녀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두 사람이 같이 식사했던 날로부터 20년 이후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남자 주인공은 그녀를 보자마자 잊을 수 없는 20년 전의 점심 식사를 회상합니다. 그 점심 식사 이야기가 주요 스토리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액자 소설이라고 봐야 합니다. 액자 소설이란 소설에 독립된 이야기를 삽입하여 스토리를 전개하는 소설의 형태입니다.

주인공인 작가는 공동묘지가 바라보이는 파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겨우 먹고살 만큼의 돈을 벌고 있는 가난한 작가인 듯합니다(이하 남자 주인공을 작가로 표현합니다). 그런데 그에게 한 여성 독자가 작가의 책 한 권을 읽었다며 호감을 표시하는 편지를 보내고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약속 장소를 유명한 호텔 식당으로 정합니다. 그녀가 함께 식사하기를 원하는 ‘포요’라는 식당은 프랑스 상원의원들이 주로 가는 고급식당이었습니다. 주인공인 가난한 작가는 그곳에서 식사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낼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수중에 돈이 별로 없으면서도 그녀가 원하는 호텔 식당으로 약속을 정합니다. ‘노(No)’라고 말해야 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면 몇 주 동안 돈을 아끼면 점심을 대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녀를 만났습니다. 허세로 무장한 남자 모습입니다. 가난한 작가가 식당에 도착해서 메뉴를 보고 깜짝 놀랍니다. 왜냐하면, 그 식당의 음식값이 예상보다 훨씬 비쌌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하는데 마침 그녀는 점심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내심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후한 사람처럼 “아 그런 말 말아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녀는 말을 이어갑니다. “나는 한 가지 이상 먹지 않아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작은 생선 한 마리 정도는 괜찮겠지만. 여기 연어가 있을까요?” 연어 철이 아니었고 메뉴판에도 연어가 없어서 작가는 웨이터에게 묻습니다. 그런데 연어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연어가 요리되는 동안에 작가는 간단한 애피타이저를 권하는데 그녀는 또 캐비어를 언급하더니 캐비어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음료도 주문하게 됩니다. 작가는 물을 시키고 싶은데 그녀는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다고 하더니 화이트 와인이라면 마신다고 합니다. 분위기상 어쩔 수 없습니다. 작가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값비싼 화이트 와인을 주문합니다.

반면에 가난한 작가는 자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서 싼 음식인 양갈비를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물을 부탁해서 마십니다. 그런데 그녀는 점심때 고기를 먹는 것이 좋지 않다며 잔소리합니다. 나아가 점심으로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고 하던 그녀는 게걸스럽게 캐비어를 먹고, 연어를 먹습니다. 아무것도 마시지 않겠다던 그녀는 값비싼 화이트 와인을 마십니다. 옹색한 작가는 속으로 가진 돈으로 음식값 지불이 가능할지를 걱정합니다.

그녀는 가지런한 이로 우걱우걱 음식을 씹으며 우아한 체하며 문학과 예술을 이야기하는데 가난한 작가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남은 돈으로 이달을 버틸 수 있을지를 생각했고, 나중에는 식당에서 밥값이 모자라 창피를 당할 것을 걱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 연극을 관람하러 갔다가 그녀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녀가 아는 척하지 않았다면 그녀를 알아보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게걸스럽게 먹었던 그녀는 133kg이나 되는 뚱보로 변해있었습니다. 그녀의 체중이 엄청나게 불어났다는 이야기로 작품은 마무리됩니다.

탁월한 작가 서머셋 몸의 단편 “점심”의 줄거리입니다. 이 작품은 정직하지 못한 타인 중심의 삶을 사는 가난한 작가의 안타까운 모습을 그립니다. 아울러 상대를 배려하지도 않고 비싼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여인의 탐욕과 이상한 논리로 자신을 포장하는 여인이 위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빼도 박도 못하는 식사 속에서 여자가 음식을 계속 주문하고, 그 음식을 먹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이 모습을 읽은 독자도 초조함과 짜증을 느끼며 일게 됩니다. 여자에 대한 원망과 억울함이 최고조로 달했는데 마지막 이야기가 ‘지금 그 여자의 몸무게는 자그마치 130kg도 넘게 나간답니다’라는 구절을 보며 통쾌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역시 ‘서머셋 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역시 서머셋 몸은 좋은 작가입니다.

작품은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표현을 통해 남주인공의 땀방울 하나하나 미세한 감정의 흔들림까지 세밀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긴장과 초조 속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 그리고 독자의 분노를 공유하는 작가는 몸무게가 133kg으로 불어난 여인을 소개하면서 탐욕의 결과를 유쾌하게 조롱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남자 주인공 가난한 작가의 모습도 석연치 않습니다. 점심은 안 먹는다고 말해 놓고 값비싼 음식을 먹어치우는 여주인공이 얄밉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당하는 남자의 모습도 한심합니다. 남주인공의 소심함이나 이중적 모습은 아쉽습니다.

이 작품은 현대인의 삶을 소리 없이 무너뜨리는 해악들을 보여줍니다. 먼저 ‘절제’입니다. 절제하지 못하는 삶의 비극을 설명합니다. 독자로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자신의 탐욕(식탐) 때문에 상대를 배려할 여유가 없고 자신도 관리하지 못합니다. 욕심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자화상입니다.

다음은 ‘용기’입니다. 이 작품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가난한 작가는 노(No)라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는 그 여인이 고급 호텔 식당을 말할 때 단호하게 노(No)라고 해야 했었습니다. 작품은 가난한 작가를 통해 “노(No)”를 못하는 우리들을 지적합니다.

이 작품에 나타난 세 번째 해악은 ‘허세’입니다. 가난한 작가의 문제는 허세입니다. 돈도 없으면서 좋은 음식을 권하기도 하고 ‘더 좋은 것이 없냐?’라고 묻습니다. 허세로 망합니다. 가난한 작가는 허세스런 한 끼의 점심을 먹고 큰 고초를 겪었을 것입니다. 너무 비싼 가방을 사고, 너무 비싼 자동차를 타고, 너무 좋은 집에 살며 고생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입니다.

미주침례신문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