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elect Page

[시론 時論]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시론 時論]</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span>

김영하 목사(샬롬선교교회, 미주)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세인트 폴(St. Paul)시와 미시시피강을 사이로 서쪽에 세워진 인구 약 40만의 조그마한 도시 미네아폴리스(Minneapolis)는 다코타 원주민어로 ‘폭포’라는 뜻의 minnehaha와 희랍어로 ‘도시’라는 뜻의 polis가 합쳐진 이름이다. 주변에 호수가 많으며 미국에서 가장 건강한 도시라는 명성처럼 자전거로 도시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고 걷기 편한 트레일과 많은 공원이 있는 살기 좋은 도시이다.

이곳에서 지난달 25일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데릭 쇼빈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고 어떠한 무장도 하지 않았지만, 경찰이 수갑을 채우고도 약 8분간이나 무릎으로 목을 눌러 질식사한 것이다.

이러한 장면이 SNS를 통해서 빠르게 전파되면서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켰고 급기야 다음날인 26일부터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더니 점점 과격해져 일부 시위대에 의해서 경찰서 습격 및 경찰차에 대한 방화와 상점을 약탈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시위는 미 전국 140여 개의 도시로 확산되었으며 40여 개 도시는 야간 통행금지를 선포했는데 이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사망 후 5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대규모 통행금지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폭력배들(thug)이 플로이드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라며 “약탈이 되면 발포도 시작될 것”이라고 강경 진압을 시사한 가운데 켄터키의 루이빌에서는 시위대의 총격에 맞서 군경이 대응사격을 가하는 도중 한 남성이 사망했으며 시애틀에서는 한 경찰관이 시위 도중 상점을 약탈한 것으로 의심되는 남성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는 모습이 공개되어 분노를 사고 있다.

강경진압과 과격 시위의 확산으로 불안을 느낀 시민들은 외출을 꺼려하고 있으며 많은 상점들이 일부 시위대의 약탈을 우려하여 문을 굳게 걸어 잠그면서 COVID-19 사태로 얼어붙은 경기가 풀릴듯하다가 다시 주춤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 사건은 명백하게 공권력을 빙자한 백인 경찰(갑)에 의한 흑인(을) 사망사건이다. ‘꼭 그렇게 까지 했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들지만, 미국에서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문제가 제기되어도 유야무야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게 해결할 수도, 해결될 수도 없는 뿌리 깊은 문제이기에 시한폭탄처럼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어서 심각성이 더하다고 할 것이다.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것은 좋지만 방화와 약탈을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왜 애꿎은 상점들이 피해를 입어야 하는가? 폭력적인 시위는 그 경찰의 행위만큼이나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이다. 시위가 정당성을 확보하고 잘못된 제도와 사회의 관습을 고치려면 비폭력과 합법적인 수단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폭력은 사회를 개선할 수 없으며 더한 폭력을 낳고 오히려 비난만 당할 뿐이다.

교회에서도 이른바 을에 대한 갑의 횡포로 인해 성도들의 관계가 깨지고 교회가 분열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재정권(갑)을 가진 교회의 일부 중직자가 새로 부임한 목사(을)를 재정 책정이나 사례비라는 무기로 횡포를 부리는 경우 목사는 소신 있게 목회를 할 수 없으며 얼마 가지 않아 사임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그 교회는 상처와 아픔만 남게 된다. 또한, 교인들에게 받은 상처를 설교시간에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는 권위로 되갚음하는 것, 개척 때부터 혹은 오래된 교인이 신입교인 위에 군림하려는 것 등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의문이 드는 일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건강한 교회를 파괴하는 주범이다.

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은 본시 맑고 시원한 법이다. 부디 minnehaha polis에서의 한 흑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우리 모두 맑은 물이 되어 평화로운 시위로 일부 경찰의 잘못된 행동과 사회의 모순이 고쳐지기를 바란다. 또한, 십자가에서 흐른 보혈의 폭포(minnehaha)가 교회 안의 영혼에게 흘러넘쳐 ‘꼭 그렇게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드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을 소생시켰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교회도 만연된 잘못된 관습들을 발견하고 고치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미주침례신문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