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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③ 주일 저녁, 일상의 은혜

“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③ 주일 저녁, 일상의 은혜

김수나 사모 (루이빌 우리교회(KY))

주일 저녁, 일상의 은혜

몸이 피곤하면 마음도 똑같이 영향을 받는다.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던 일들이, 몸이 피곤한 순간, 갑자기 거대한 무게로 나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그래서 주일 저녁은 늘 내게 고비다. 긴장 상태로 하루 종일 교회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처럼 날아다니다가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면 내 몸은 녹다운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감사를 빼앗기게 된다. 하나님을 사랑하며 예배한 주일임에도 몸이 피곤하다고 마음속에 스멀스멀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오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빨리 정신을 차린다. 얼른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한다. 오늘 만난 예배 속의 하나님, 눈물 펑펑 흘리며 기도했던 순간, 교회에 들어오시며 환하게 웃어주시는 성도님들… 이런 하루의 은혜를 차근차근 따라간다.

이렇게 그분의 은혜를 따라가다 보면 여전히 그분이 내게 주신 보통의 놀라운 은혜들도 떠 오른다. 특별히 주일 저녁 식사가 그렇다. 실은 우리 집 주일 저녁 메뉴는 대체로 비슷하다. 몸이 피곤하기 때문에 새롭게 밥을 하고 찌개를 끓이지 않는다. 대신 평소에 잘 먹지 않는 라면을 끓여 먹거나 남은 밥에 대충 이것저것 넣어 비벼 먹는다.

하지만 그마저도 에너지가 허락하지 않을 땐 밖으로 나간다. 집 앞 샌드위치 집은 우리 집 단골 외식 식당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과 샐러드를 하나 시키고, 아이들이 즐겨 먹는 브로콜리 수프를 시킨다. 남편의 샌드위치도 잊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특별할 것 없는 간단한 상차림이다.

그러나 외식이라는 자체로 아이들은 벌써 신이 나 있다. 나 역시 남이 차려주는 음식을 먹으니 무얼 먹어도 달콤한 맛이 난다. 남편 역시 행복해하는 우리를 보며 따스한 웃음을 건넨다. 아이들은 먹기도 전에 행복해하며 엉덩이춤을 춘다. 그런 아이들을 보니 나 역시 덩달아 웃음이 난다. 주일 저녁 사랑하는 가족들이랑 함께 먹는 작은 식탁에서 나는 또 그분의 은혜를 마주한다. 은혜가 내게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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