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원 목사의 청년을 품은 교회이야기] 청년사역을 통해 누리는 감사
“목사님, 저 여기 월마트인데요, 혹시 여기서 빨랫비누가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드렸어요!” 몇 년 전 한 발랄한 대학생이 전화로 뜬금없이 던졌던 질문이다. ‘아니, 내가 월마트 직원도 아니고… 그걸 왜 나한테 묻니?’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일단 목사답게 부드러운 톤으로 미국 월마트에는 빨랫비누 대신 빨래할 때 쓰는 세제밖에 없다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맙다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청년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것보다 친근한 목사로 느낀다면 감사한 일 아닌가! 하긴 10여 년 전에는 아주 드물게 실수로 나를 ‘형’ 또는 ‘오빠’로 불렀던 청년들도 있었다(아, 옛날이여~).
영어부 청년 가운데 이런 질문을 하는 형제, 자매가 있다. “Pastor Song, do you like KM better, or EM better?” 우리 집에 딸이 셋이 있지만(13살, 10살, 거의 2살) 그동안 우리 아이들도 이런 유치한 질문은 안 했던 거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렇게 수준 미달의 질문을 던져 놓고도 끝까지 대답을 기다리는 영어권 청년들이 참 귀엽고 고맙다. 어느덧 12년이란 세월이 흘러 중년의 목사로써 청년사역을 계속하는 것이 혹 청년들에게 민폐는 아닌지 가끔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런 청년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최근에는 유학생들의 숫자가 감소하면서 교회의 한어권 청년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유학생으로 미국에 왔다가 주님을 만나고 목사가 된 나로서는 정말 아쉬운 일이지만, 반대로 영어부는 요즘 부흥을 경험하고 있다. 유학생 출신 목사이면 유학생 목회가 더 잘 돼야 맞는 것 같은데 오히려 영어부가 더 많이 모이고 활발하다. 역시 목회는 내 힘으로 하는 게 아님을 다시 한번 배우고 있다.
“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살전 5:18) 정말 그렇다. 어떤 환경에서도 잘 찾아보면 감사의 조건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요즘은 영어부 청년들이 새벽예배를 나오기 시작해서 그날그날 새벽예배에 온 사람들을 보고 대략 한국말, 콩글리시, 영어 중에 하나로 말씀을 전한다. 미국에서 보낸 세월이 제법 되다 보니 영어도 시원치 않은데 이제는 한국말도 어눌하다. 그런데도 하나님께서 그럭저럭 형편에 맞게 사용해 주시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무엇보다 우리 교회를 사랑과 헌신으로 섬기는 모든 장년들이 있어서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교회 창립이래 지난 34년간 청년사역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잘 감당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전임목사님을 비롯한 집사님들의 끊임없는 기도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년들의 관심과 지원이 없는 청년사역은 결코 쉽지 않다. 장년들이라고 왜, “목사님, 장년이 더 좋아요, 아니면 청년이 더 좋아요?”라고 묻고 싶지 않겠는가? 어쩌면 그동안 우회적으로 많이 물었음에도 내가 둔해서 못 알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건 내 부족한 역량의 한계를 품어주고 청년사역에 동참하는 장년들이 있다는 사실은 정말 하나님의 은혜다. 청년부, 대학부, 영어부, 교육부 그리고 성가대와 각 장년 목장을 맡아서 자원하여 섬겨 주시는 집사님들과 매 주일 학생들을 먹이기 위해서 식사 준비로 수고하시는 가정들이 있어서 늘 감사하다. 이곳 Binghamton에서 공부하며 타향살이로 심신이 지친 청년들에게 따듯한 국밥과 김치는 교회가 정말 가정과 같은 곳임을 확인시켜 주는 귀한 사역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행 2:42)
끝으로 이 칼럼을 통해서 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평소에 낯간지러워서 잘 표현하지 못하지만 지난 15년 동안 돕는 배필로 쉽지 않은 사모의 길을 걸어온 아내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가끔 스스로 사모의 역량이 부족하다며 우울해하기도 하지만, 세 아이의 엄마로, 한 남편의 아내로 그리고 한 교회의 사모로 내조하며 동역하는 아내의 헌신이 있었기에 맡겨진 사명을 지금까지 감당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멀리 한국에서 아들의 목회를 위해 기도로 응원해 주시는 어머니께도 감사의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아들이 신학대학원에 간다는 소식에 어머니는 아들을 예수님께 빼앗긴 것 같아서 몹시 서운해하셨다. 그때는 부모님께서 믿음이 전혀 없으셨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섬기시는 교회(지구촌교회)에서 여러 가지 봉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계신다.
이 모든 삶의 축복을 허락하신 분, 우리 성삼위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찬송과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