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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장로직제를 둘러싼 침례교정체성 논쟁 ③

[기획특집] 장로직제를 둘러싼 침례교정체성 논쟁 ③

 

장로직제를 둘러싼 논쟁, 현실에서 시작해 신학적 과제로 확산

두 직분은 교리적 성격 VS. 교회행정, 문자적 해석 VS. 문화적 해석

 

최근 조지아에서 진행 중인 두 직분제와 침례교자율성에 대한 논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진행 중인 이번 논쟁은 제보가 잇따르면서, 실제적인 영역에서 신학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114호에서 본보는 LA의 한 제보자로부터 SBC의 공식입장에 대한 내용을 입수해 보도한 바 있다. SBC는 홈페이지의 FAQ 게시판(http://www.sbc.net/faqs.asp)에는 “What is the SBC’s stance on a church having elders?”라는 질문에 “As stated earlier in other questions related to local church autonomy, whether a church has elders is addressed and determined by the local church.”라고 답변돼있다. 다른 질문들과 마찬가지로 장로 직분도 각 개교회의 결정으로 가질 수 있다는 것이 SBC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또한 임직 절차에 대해서도 SBC FAQ에서는 각 교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보도가 나간 후 “놀랍다” “SBC가 이런 입장을 갖고 있을 줄 몰랐다” “SBC 미국교회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장로를 세워왔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럼, 이 논쟁은 결론이 난거 아니냐” 심지어는 “그렇다면, 개교회에 압박을 주는 지방회가 오히려 사과해야하는 것 아니냐”라는 등의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장로 옹호측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SBC의 입장도 확인했으니 이 일을 계기로 우리 한인침례교회도 장로 직제에 대한 부분과 교회와 지방회의 역할과 관계를 다시 정립할 때가 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논쟁이 다툼으로 비쳐 침례교회의 위상이 실추되고, 전도의 길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 장로직제를 둘러싼 논쟁은 조지아주의 한 교회와 지방회로부터 시작됐지만 우리 한인침례교회에서는 암묵적으로 오랜 갈등을 묵인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본보로 들어오는 제보에 의하면 몇몇 지방회에서는 이미 한두 차례 내홍을 겪기도 했다.

 

■ 왜 이 논쟁은 사라지지 않는가

이 논쟁은 사실 교회의 현실적인 문제에서 시작된다. 한국인의 문화는 호칭문화다. 한국인은 처음 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의 이름 뒤에 뭐라고 호칭을 붙여야할지 고민하면서 상황을 파악한다. 소개를 하는 사람은 사회에서는 OOO 대표님, 사장님, 부장님, 차장님, 과장님, 대리님, 실장님, 주임님 등 그 사람의 위치에 맞는 호칭을 사용하고, 교회에서는 OOO 목사님, 전도사님, 장로님, 집사님, 권사님 등의 호칭을 사용한다. 한국 목회자라면 이 호칭문제를 놓고 고민하지 않은 목회자는 없을 것이다. 사실 서양 사회에서도 그 직책에 맞는 호칭을 붙이지만 교회에서는 ‘Brother’, ‘Sister’로만 사용해도 되고 그냥 John, Esther 등 이름만 불러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직적인 동양의 문화와 수평적인 서양의 문화차이다. 유교적인 전통에서 상하의 구분을 분명히 하는 한국인의 문화는 많이 변화되고 있지만 바뀌기 힘든 면이 없잖아 있다. 한국문화에서는 선후배, 나이가 많고 적음을 확인해서 누구 윗사람이고 누가 아랫사람인지를 명확히 하고, 호칭이 분명해 져야 심정의 편안함을 느낀다. 아무리 젊어보여도 목사 안수를 받은 이에게 ‘전도사님’이라고 호칭하면 불쾌감을 줄 수 있고, “이분 목사님이십니다”라고 옆에 사람이 얼른 정정해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장로의 문제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이 직분의 비성경적인 수직적인 면을 비판한다. 직분은 섬기기 위해 주어지는 것인데, 한국교회는 직분이 어떤 계급처럼 변질됐다는 것이다. 집사는 일반 성도들보다 높은 자리에 있고, 권사, 안수집사, 장로 등의 직분은 집사들 위에 있는 계급이 됐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다음 단계의 직분으로 나아가기 위해 과도한 경쟁과 충성이 강요되고, 투표에 의해 선출되는 직분에서 탈락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며, 교회에 남아 목회자와 교회를 비난하거나 다른 교회로 떠나기도 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러한 폐단은 목사가 성도를 붙들기 위해 직분을 주는 어떤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교회는 직분에 따라 얼마를 헌금해야한다는 암묵적인 규정도 있다. ‘이번에 권사 직분을 받으시면 좋겠다’는 목사의 권유를 경제적인 헌신강요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경제적인 부담이 돼서 임직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의 성장의 한 이유 중에 한국인의 수직적인 정서와 문화에 맞게 직분을 잘 활용한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회의 일꾼을 세우고 효율적인 교회운영을 위한다는 좋은 취지의 임직이 변질됨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성장의 기쁨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의 연수가 차더라도 권사, 안수집사, 장로 등의 직분을 맡지 못하면 체면에 손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명예집사’ ‘명예권사’ ‘명예장로’ 등의 직분이 생기는 배경도 그런 체면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목회자는 성도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직분을 권하고, 성도는 체면을 살리기 위해 직분에 관심을 갖게 되는 면을 꼬집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교회는 그 성도가 제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전하게 직분자를 세우고 있다. 언제나 잘못된 모습이 두드러지기 마련이어서 이런 잘못된 관행이 있는 교회들로 인해 기독교 전체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장로가 없는 침례교단에서는 장로를 세운다고 할 때 그런 잘못된 관행에 타협하는 것으로 비약하기도 하는 것이다. 반대로 장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현실적으로 현재 한국교회와 한국인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성도들의 입장도 생각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타 교단에서 장로직분을 받은 후 침례교회로 성도가 왔을 때 장로로 호칭하지 않을 수 없고, 그동안 오랫동안 교회를 섬겨온 본교회의 안수집사님은 집사로 호칭해야하는데, 한국교회의 문화에서 장로의 느낌과 집사의 느낌은 분명히 다르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교단과의 대외적인 연합사역에 있어 집사직이 타 교단 장로와의 형평성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는 점도 이유다. 그러므로 장로제를 무조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이런 문화적 현실을 고려하면서 직분에 맞게 올바로 일할 수 있도록 일깨우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강조한다.

한 목회자는 “이 문제는 동기와 목적이 관건입니다. 미연합감리교단이 내거는 가치 중 참으로 마음에 드는 말 하나는, “Open Hearts. Open Minds. Open Doors”이며 “본질에는 일치를, 비본질에는 자유를, 모든 것에 사랑을”이라는 말입니다.”라며 직분 자체나 문화의 문제보다는 동기와 목적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침례교단(기독교한국침례회)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놓고 논쟁과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지난 2009년 제99차 정기총회에서 당회를 구성할 수는 없다는 조건을 달고 ‘호칭장로제’를 통과시켰다.

이것이 한국 문화의 배경에서 본 현실적인 측면의 쟁점이라고 한다면, 성경해석상의 차이도 대두되고 있다.

 

■ 두 직분(목사, 집사)은 교리적 성경가치인가 or 교회행정인가

침례교단은 구약과 신약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중에 신약성경을 신앙적 삶의 지표로 삼고 있다. 특별히 교회론에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신약교회를 교회의 모델로 추구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A New Testament church of the Lord Jesus Christ) 침례교단은 전통적으로 직분에 있어서는 두 직분(목사와 집사)만을 인정한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장로와 감독, 목사를 하나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또한 집사는 초대교회에서 안수하여 세운 집사를 의미한다.(행 6:6) 그래서 교회에서의 서리집사 직분과 구분하기 위해 안수집사로 호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안수집사는 여자가 아닌 남자만을 의미한다.(딤전 3:12) 결론적으로 미남침례교단(SBC)의 신앙과 고백의 기준에서 침례교회는 두 직분 목사와 집사만을 신약성경적인 직분으로 인정하며 집사는 안수집사를 의미하고, 남자만을 인정한다. 또한 목사도 가정이 있는 남자만을 인정한다.

최근 조지아주에서 시작된 장로임명을 둘러싸고 논쟁은 이제 신학적인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과연 이 두 직분을 문자적으로 해석해 고수해야 하는 것인지(반대측), 문화적으로 해석해서 변화할 수 있는 문제로 볼 것인지(옹호측)가 쟁점이다.

두 직분을 고수하는 측은 성경을 가장 중요한 가치기준으로 삼는 우리 침례교단은 성경을 기초로 작성된 “The Baptist Faith and Message”(특별히 THE 2000 BAPTIST FAITH & MESSAGE)에 나오는 두 직분을 그대로 고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옹호측은 “장로와 감독, 목사가 동일하다는 것은 문제가 없다. 다만 이것은 교회의 행정을 위해 시대에 따라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처음에 초대교회에서 ‘집사’라는 직분을 뽑은 것은 교회에서 발생한 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뽑았던 것처럼, 교회가 필요로 한다면 얼마든지 ‘장로’ ‘권사’ ‘전도사’ ‘서리집사’ ‘초원장(지기)’ ‘목자’ ‘목녀’ 등의 직분과 호칭을 시대와 형편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역사적인 면에서도 많은 침례교회들이 그동안 ‘권사’ ‘전도사’ ‘서리집사’ ‘목자’ 등의 직분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왔는데 유독 ‘장로’에 대해서만 민감하게 문제를 삼느냐고 항변한다.

본보의 페이스북에서 이 이슈에 반응을 보인 뉴욕의 김재용 목사(영원한 교회)는 본보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예전에 우리 뉴욕지방회에서도 비슷한 사안이 있었다. 지방회 총회에서 안건으로 올라가서 안수집사를 장로로 호칭하자고 상정된 적이 있다. 교회에서 그런 문제가 현재 있으니까 현재 안수집사를 개교회 형편에 따라서 장로로 호칭을 하자는 제안이 임원회를 통해 올라간 것이다. 그게 한 5년 정도 된 일인데, 안건이 올라갔었는데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고, 그때도 자기 속마음은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몇 사람이 강하게 반대를 하는 바람에 다루지를 못했다. 그래서 그 (장로호칭)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항상 존재하고 있다.”라며 “그런데 사실 이것은 논쟁거리는 아니다. 원칙으로 이것은 개교회 행정이기 때문이다. 침례교회에서 안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호칭만 장로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만약에 장로를 안수한다고 하면 정체성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장로를 안수하는 것이 아니다. 안수는 안수집사님으로 안수하고, 호칭을 장로로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강제로 제재한다는 것은 정말 침례교정체성을 위배하는 것이다. 침례교정체성은 개교회 행정과 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신약교회 정체성은 믿음의 고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개교회의 제도, 행정을 논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여자를 왜 집사로 부르나. 그런데 모든 교회에는 여자 집사님이 더 많다. 이것은 이율배반적인 일이다. 교회 안의 직분과 제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이것은 시대에 따라서 변하고 바꾸는 것이 정상이다. 여기에 신약교회의 정체성을 붙여서 말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그때 장로호칭 문제는 부결됐지만 현실적으로는 계속되고 있는 당면과제이다. 여러 가지 의견과 주장 또 이해가 다르겠지만 그런 논쟁은 결국 해결이 불가능하다. 이건 신학적 견해나 교리 정체성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개교회의 의식의 문제다. 이제 현실적 이해와 안목의 폭을 넓혀서 보다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안수집사 장로호칭을 개교회의 필요와 요구에 맞추어 주어야한다. 신약교회 침례교 정체성은 개교회의 제도나 직분, 이런 행정문제가 아니라 신앙적 고백과 그 실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꽉 막힌 동굴에서 갈팡질팡 하지 말고, 앞이 뻥 뚫린 터널의 끝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그것이 신약교회의 바른 정체성이다.”라며 장로 직분은 침례교정체성과 무관한 개교회 행정의 문제로 일축했다.

결국 쟁점은 이 직분을 변화 불가능한 침례교정체성을 대변하는 교리적 성경가치에 입각한 직분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변화가 가능한 교회행정의 영역이며 문화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볼 것인지 이다.

 

■ 또 다른 쟁점: 개교회 자율성과 지방회의 정체성

또 한 가지의 쟁점은 개교회가 자율성과 교회의 현실을 고려해서 장로를 임명했을 때, 과연 지방회나 협의회가 교회를 제재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조지아주에서는 협의회가 한 소속 교회가 장로를 임명한 것에 대해 사과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는 이 문제로 교회가 압박을 받아 자진 탈퇴한 적도 있었다.

이번에도 “장로를 세울 거면 분란을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다른 교단으로 가면 된다”는 식으로 교회가 지방회(협의회)에 혼란을 주는 것으로 간주하면서, 여러 차례 사과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근에 SBC의 공식입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장로 문제는 개교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것과 이미 SBC의 미국교회들은 오래전부터 장로를 세워왔음이 본보를 통해 보도된 후에 이 논쟁은 소강상태로 진행 중이다.

한편, 지방회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지방회는 친교(Fellowship)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서 각 교회의 사역을 도우며 소속한 교회들이 협력하여 주님의 지상 대분부를 성취하기 위함이지 교회의 목회를 상관하고,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 되고 있다. 또한 지방회나 총회가 개교회의 위에 존재하는 상급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침례교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반대로 개교회의 자율성을 존중하지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며, 조지아주한인침례교협의회(The Council of the Korean Baptist Church in GA)는 협의회 명칭처럼 친교(Fellowship)가 주가 되는 친교모임이 아니라 침례교 이상을 함께 하는 협의체(Council)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침례교 이상에 혼란이 올 경우 조처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논쟁의 배경은 조지아에 소재한 한 교회에서 장로를 임명한 이후, 그 교회가 소속된 조지아주한인침례교회협의회(조침협)는 두 직분(목사, 집사)만을 인정하는 침례교회의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라면서 담임목사에게 사과를 요청했고, 해당 교회와 담임목사는 교회가 신중히 결정해서 진행한 일에 대해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교회 담임목사는 교회가 협의회 규약을 어겨서 동역자들에게 혼란을 주었다면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조침협은 한 번의 임시총회(2017년 9월)와 두 번의 총회(정기총회-2017년 11월, 사업총회-2018년 1월)를 거치며 거듭 사과를 요청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내규를 수정하고자 시도했으나 지난 정기총회와 사업총회에서는 내규수정이 논의되지는 못했다. 결국 “침례교정체성인 개교회 자율성에 입각해 개교회가 내린 결정은 존중되어야 하고, 협의회가 개교회의 일에 간섭할 수 없다”는 옹호측과 “두 직분은 우리가 지켜야 할 침례교정체성이며 우리의 약속”이라고 주장하는 반대측이 서로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논쟁 중에 있으며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 미주=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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