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아래서](62) ‘원수’가 너무 가벼운 시대, 우리는 지금 다듬어지고 있습니까?
궁인 목사(휴스턴 새누리교회)
‘원수’가 너무 가벼운 시대, 우리는 지금 다듬어지고 있습니까?
서재 한켠을 정리하다 오래전 사역의 현장에서 꼼꼼히 기록해 두었던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빛바랜 종이 위에는 당시 저를 꽤나 힘들게 했던 일에 대한 서운함과 억울함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참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쓴웃음이 났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서운하고 화가 났었는지 이제는 이유조차 가물가물한 사소한 오해와 해프닝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저는 그들을 마치 내 인생의 대단한 원수라도 만난 양, 마음의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고 씩씩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글들 속의 옹졸한 제 모습이 너무나 민망해 얼른 치워버렸습니다.
우리는 종종 ‘원수’라는 말을 너무 쉽게 내뱉습니다. 사실 시편에서 다윗이 자주 언급하는 ‘원수’라는 단어는 지금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와는 차원이 다른 엄중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가족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가문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여 대를 이은 피의 복수를 부르는 존재, 그것이 바로 원수였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런 서슬 퍼런 원수를 향해서도 놀라운 선포를 합니다. “네 원수가 배고파하거든 음식을 먹이고 목말라하거든 물을 마시게 하라”(잠언 25:21)는 말씀입니다. 인간의 본성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이 명령 앞에 우리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누군가 나의 의견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혹은 기대했던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지 않았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그 사람을 내 마음의 ‘블랙리스트’에 올립니다. 구약의 원수가 목숨을 건 ‘생존의 원수’였다면, 현대인의 원수는 고작 ‘기분의 원수’인 셈입니다. 말 한마디에 원수가 생깁니다. 그것도 철천지원수가 됩니다. 참 원수 만들기 쉬운 세상입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요? 저는 그 근본적인 이유를 우리가 어느 순간부터 ‘다듬어지는 과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과거의 신앙 선배들은 신앙의 성숙을 곧 ‘인격의 연단’과 동일시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반응하는 것을 ‘솔직함’이나 ‘자아 존중’이라는 근사한 말로 포장하곤 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돌덩이들이 모여 있으니 사방에서 불꽃이 튀고 서로에게 깊은 생채기를 냅니다. 그러다 삶에 큰 풍랑이 닥치고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난 뒤에야 비로소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뒤늦은 후회를 합니다.
하지만 신앙은 사고가 난 뒤에 처리하는 보험이 아닙니다. 신앙은 매일의 삶 속에서 하나님의 정과 망치로 나를 깎아내는 치열한 ‘작업’ 그 자체입니다. 산에서 막 캐낸 돌은 그저 투박하고 쓸모없는 돌덩이일 뿐입니다. 그 돌이 누군가를 지탱하는 건물의 주춧돌이나 초석이 되기 위해서는 정교하게 깎이고, 모난 부분이 떨어져 나가며, 다른 돌과 맞물릴 수 있도록 철저히 다듬어져야 합니다.
사실 오늘날은 다듬어지기도 어려운 세상입니다. 평소에는 다듬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신앙적 문제를 시험 들었다는 표현으로 남 탓을 합니다. 그러다 가정적 고난이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생겨야 하나님 앞에 엎드리고 삶을 되돌아봅니다. 이러니 일생에서 다듬어지는 횟수가 매우 적어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의 삶을 진지하게 봐야 합니다. 내 안의 날 선 감정이 깎여나가고, 거친 말들이 성령의 도우심으로 부드럽게 다듬어지며, 지독하게 자기중심적이었던 고집이 부서질 때 비로소 주님이 일하신다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서 4장 15절에서 “오직 사랑 안에서 참된 것을 하여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랄지라 그는 머리니 곧 그리스도라”고 권면합니다. 우리가 자라난다는 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에 맞게 우리의 모난 부분들이 깎여 나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혹시 요즘 들어 주변 사람들이 유난히 모나 보이고, 마음속에 미운 사람만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내 안의 거친 자아 때문일지 모릅니다.
모퉁잇돌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와 온전히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분의 거룩한 각도에 맞춰 나를 깎아내는 아픔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에 맞고 망치질을 당할 때는 자존심이 상하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겠지만,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해야만 우리는 비로소 주님이 ‘기쁨으로 쓰실 만한 존재’가 됩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공방에서 기꺼이 그분의 손길 아래 나를 내어드리기를 소망합니다. 내가 깎여 나갈 때 비로소 내 곁에 있는 ‘가벼운 원수’들이 사라지고, 주님이 주시는 깊은 평강과 사랑이 그 자리를 채울 것입니다. 다듬어짐은 아픈 일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를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은혜의 시간입니다. 오늘도 주님의 손에 아름답게 빚어지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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