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사모의 [진리와 하나된 교육] – 34. 성경을 숨기지 않을 자유, 말씀대로 살아갈 책임

데이튼 라이프 침례교회 (OH)
FIU 교육학과 객원교수 및 LIFEWISE ACADEMY Bible Teacher
“성경을 숨기지 않을 자유, 말씀대로 살아갈 책임”
최근 미국 워싱턴주의 에버렛 교육구에서 학생들의 성경 소지와 학교 밖 성경교육 참여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있었다. Fox News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학생들은 성경책을 봉투에 넣어 보관하도록 요구받았으며, 교육구는 소송 이후 공개 사과와 종교의 자유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고 변호사 비용 27만 5천 달러를 지급하는 내용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한다.
LifeWise Academy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조엘 펜튼(Joel Penton)은 Fox News와의 인터뷰에서 학부모들에게 전해 들은 아이들의 경험을 소개했다. 성경책을 봉투에 넣으라는 요구를 받은 아이들이 자신의 신앙을 숨겨야 하는 것처럼 느꼈으며, 마치 성경을 가지고 다니는 일이 부끄러운 일인 것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펜튼은 이러한 경험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었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평소 소중하게 여기던 성경책을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도록 넣어 두어야 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헤아려 보게 된다. 어린 학생들에게 학교는 지식을 배우는 공간이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생각과 믿음이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경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미국 공교육은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배우는 공간이다. 수정헌법 제1조는 국가가 특정 종교를 제도적으로 지지하거나 강요하는 것을 제한하는 동시에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보호한다. 공교육의 종교적 중립성은 이 두 원칙을 함께 고려할 때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학교가 특정 종교를 가르치지 않는 것과 학생 개인이 자발적으로 신앙을 표현하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자신의 믿음을 소중히 여기는 학생이 다른 신념을 가진 친구들과 서로 존중하며 배우는 것 역시 공교육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다.
교육학에서는 학교의 규칙과 분위기, 교사의 태도처럼 공식적인 교육과정에 기록되지 않은 환경도 학생의 가치관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이를 잠재적 교육과정(hidden curriculum)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배우는 내용만큼이나 학교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와 규범을 익힌다. 교사가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학교가 서로 다른 신념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를 보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운다. 성경을 보이지 않도록 요구하는 조치가 아이들에게 자신의 신앙을 숨겨야 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교의 작은 규칙과 교사의 말 한마디가 아이들의 마음에 남기는 영향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나는 매주 화요일에 미국 공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LifeWise Academy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LifeWise는 학부모의 동의에 따라 학생들이 정규 학교 수업시간 중 학교 밖에서 자발적으로 성경교육에 참여하는 Released Time Bible Education 프로그램이다. 공교육의 제도적 경계를 존중하면서 부모의 선택에 따라 성경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미국 공교육과 기독교교육의 관계를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말씀을 배우며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 교실 안에 머물지 않고 아이들의 일상과 이어지도록 돕는 일이다.
아이들은 성경을 통해 하나님이 사람을 자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셨으며, 서로 사랑하고 용서해야 한다는 말씀을 배운다. 하지만 학교로 돌아가면 친구와 의견이 달라 속상하기도 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일이 쉽지 않을 때도 있다. 성경에서 배운 사랑과 용서가 바로 그런 순간에 아이들의 선택을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말씀을 배우는 시간과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서로 동떨어진 경험으로 남지 않도록, 아이들의 일상적인 고민을 성경의 가르침과 연결하는 교육을 실천하고자 한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 5:14)고 말씀하시며, 그들의 선한 행실을 통해 사람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고 가르치셨다(마 5:16). 세상의 빛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의 관계와 행동에서 나타나는 삶을 의미한다. 아이들이 성경책을 자유롭게 가지고 다닐 권리를 존중받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그와 함께 배운 말씀을 따라 친구를 사랑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돌아보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존중하는 태도를 배워 가기를 바란다. 자신의 신앙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 그 믿음에 합당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책임이기 때문이다.
야고보서 1장 22절은 “너희는 말씀을 행하는 자가 되고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자가 되지 말라”고 권면한다. 말씀을 듣고 이해하는 일과 그 말씀에 순종하는 삶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기독교교육에서 성경 지식을 가르치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경 이야기를 잘 기억하고 암송 말씀을 정확하게 외우는 것만으로 교육의 목적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배운 말씀이 자신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고, 일상의 작은 선택 속에서 그 가르침을 실천하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을 함께 생각할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사랑은 어떤 모습인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이러한 배움은 성경의 가르침을 실제 삶과 연결하는 소중한 교육적 기회가 된다. 물론 올바른 행동을 가르치고 반복하도록 격려하는 것만으로 아이들의 믿음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는 말씀을 가르치고 순종의 삶을 보여 줄 책임이 있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믿음을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이 배운 말씀을 일상에서 살아가도록 돕는 일에는 가정과 교회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그 경험을 성경의 가르침과 연결해 줄 수 있다. 친구와의 관계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다면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신앙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자녀에게는 자신의 믿음을 소중히 여기는 것과 다른 사람의 신념을 존중하는 일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교회 역시 아이들이 성경에서 배운 진리를 학교와 가정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부모와 교사의 삶은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배움의 자리가 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가르치는 내용과 실제 행동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 주신 사랑은 희생과 섬김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자녀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가르친다면 그 사랑이 가정에서 나누는 대화와 갈등을 해결하는 태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나야 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완벽한 부모나 교사가 되어 줄 수는 없지만, 우리 역시 말씀 앞에서 배우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때로는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사과하는 어른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사랑과 용서의 의미를 더 깊이 가르쳐 줄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은 공교육에서 학생의 종교적 자유를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 동시에 기독학부모와 기독교교육자에게는 자녀의 신앙을 어떻게 가르치고 돌보아야 하는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 아이들이 성경을 자유롭게 소지하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 자유 안에서 배운 말씀이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스며들도록 돕는 일은 부모와 교회에 맡겨진 소중한 책임이다.
다음 세대가 자신의 신앙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운 말씀을 삶에서 실천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를 대하는 작은 행동과 가정에서 나누는 일상의 대화 속에서도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고 경험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신앙은 성경책을 소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말씀을 마음에 품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따라 살아가는 삶 속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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