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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30) 순두부찌개 한 그릇

“김수나 사모의 병아리 사모일기” (30) 순두부찌개 한 그릇

김수나 사모 (루이빌 우리교회(KY))

순두부찌개 한 그릇

처음 시카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먹었던 순두부찌개는 11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비행기는 나를 이곳에 덩그러니 내려놓고 떠났고, 그때부터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낯선 땅, 익숙하지 않은 언어. 그렇지만 그때 우리의 집을 미리 구해 주고, 공항에 마중 나와 주시고, 칼칼한 순두부찌개를 사 주시던 목사님 두 분이 계셨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를 위해 이것저것 챙겨 주시던 그분들 덕분에 낯선 땅에서의 첫날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다.

이민교회만의 특별한 사역이 있다면 이런 것들일 것이다. 공항에 마중 나가고, 함께 집을 보러 다니고, 이삿짐을 옮겨 주고, 영어가 어려운 분들과 각종 관공서에 동행하는 일. 특히 차가 없는 유학생들과는 장을 보러 마트에도 함께 간다. 미국에 오래 살다 보면 별것 아닌 일이지만, 처음 온 사람에게는 그 별것 아닌 일 하나하나가 참 막막하다.

세상은 교회에 사랑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낯선 땅에서, 누군가의 막막한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며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아직 교회에 있다. 우리에겐 잠깐의 수고일 뿐이지만, 낯선 땅에 홀로 선 사람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되는 환대가 된다. 11년 전 내가 먹었던 순두부찌개가 아직도 기억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교회에 소망이 있고, 사랑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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