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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牧會斷想] 상상만 해도

[목회단상 牧會斷想] 상상만 해도
지준호 목사(헌츠빌 은퇴, 자유기고가)

상상만 해도

천국 같던 1주일의 여행이 훌쩍 날아가 버리고 밤만 허망하게 남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초등 동창생 여섯이 조잘거리던 입술을 삐죽이 내 밀고 각기 흩어져 짐을 꾸리고 있을 때였다. 촉새가 입을 열었다.

“꼭 무덤에 있는 것 같다. 하고 싶은 말 한마디씩 해라.”

지그시 눈을 감고 추억에 잠겨 있던 말대가리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셰퍼드 덕에 구경 한 번 잘했다. 그런데 왜 고향을 떠나는 기분이 들지? 이역만리 타향에서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진실을 나누어서 그렇지. 철없었을 때 산과 들을 싸다니던 때 같았어.”

진돗개가 철학자처럼 답했다.

“사랑과 진실이 있는 곳은 어디든 고향이 되나 봐.”

셰퍼드가 한마디 하곤 한동안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

“외롭게 타향살이하는 내게 고향의 향취를 맛보게 해 준 너희들에게 정말 고맙다.”

다시 적막한 고요가 흘렀다. 이를 깨려 촉새가 입을 다시 열었다.

“셰퍼드, 내가 왜 교회에 안 나가는 줄 알아?”

“쾌락을 탐내느라 그렇지.”

말대가리가 즉각 면박을 주었다.

촉새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톤을 높였다.

“교회에 나가 적응하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네가 알기나 해? 하나님 품을 사모하지 않는 피조물이 어디 있겠냐. 목사인 친구에게 의리를 지키려고 나름대로 애를 썼구먼.”

“그런데 왜? 지금은 나가지 않느냐 말이야! 주둥이만 살아가지고.”

촉새가 깊은 한숨을 내쉰 뒤 그동안 품고 있던 상한 마음을 뿜어내었다.

“설교를 듣고 있으면 손들고 소리치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너 알기나 해? 넌 그런 적 없었어? 사실과 터무니없이 다르고, 논리도 없고, 성서 해석에 도저히 동의가 되지도 않고,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넌 그냥 아멘만 하고 있었니?”

말대가리는 꼬리를 내리고 셰퍼드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소리치면 예배 방해꾼이 되잖아. 그래서 인내하며 정숙하게 앉아 있으려 했어. 그런데 몸이 비틀려 견딜 수가 없는 거야.  말대가리 너, 장로라 교회를 감싸려 하는 것 이해해. 그러나 그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생각하는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게 되는 것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어? 너희들이 아부의 침묵을 하고 있을 때 난 조용히 목사님을 찾아가 조언 겸 부탁을 했어.”

“뭐라고?”

“나처럼 무식하고 생짜배기 신자를 위해 설교 끝난 다음에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면 안 되겠냐고?”

“그러니 뭐래?”

“신앙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믿음은 성령이 주어야 한다는 것이야.

그래서 교회를 다니지 말고 성령이 믿게 할 때까지 집에서 기다려야겠다 생각을 했지.

그럴 때 누군가 귀띔을 하더라. 금요 철야 예배에 나와서 울부짖으라고.”

“그래서 했어?”

“했지.”

모두가 귀를 쫑긋하고 촉새의 입을 바라보았다.

“위에서는 믿어라 외치고, 아래에서는 ‘믿습니다’를 반복하는데, 왠지 슬퍼지더라. 사실, 믿어지지 않으니 그 짓을 끝없이 하고 또 하는 거 아니야? 하나님이 인간에게 생각하는 머리를 주셨다면, 질문하는 입을 오히려 기특하게 여길 것 같은데. 질문은 못하게 하고 아멘으로 화답하라고만 하니….. 그래서 목사님께 따졌지. 사실과 다르고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을 어떻게 아멘으로 화답을 할 수 있냐고. 그것은 자신과 하나님을 속이는 것 아니야?”

촉새가 빨개진 눈알로 쌓였던 심경을 토했다.

말대가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때가 있는 것이야.”

기러기가 떼 지어 창밖의 밤하늘을 끼억 끼억 거리며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촉새가 차분하게 다시 입을 뗐다.

“넌 이미 기득권이니 모르겠지만 교회 안에 얼마나 텃세가 심한 줄 알아? 초신자라 살갑게 다가와 사랑하는 척하지만 중요한 교회 일을 상의할 땐 철저하게 외면하더라. 1급 비밀 취급 인가를 받아 특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자기들끼리 소곤거릴 때 무시당하고 소외된 기분을 너 알아? 그때 교회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장로인 네가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게 근근이 교회를 다니며 헌금 많이 내지 못해 주눅이 들 때 자기들끼리 담임목사 흉보는 소리를 또 들었어.”

“무슨 소린데.”

“AI로 설교를 준비한다며 수군거리는 거 있지. 하나님의 말씀은 아닐지라도 더 많은 설교 자료와 정보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말대가리가 신앙 없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설교는 영성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야. 그런데 AI에서 베끼면 어떻게 해. 그럴 거면 신학 공부를 왜 하냐? 기도는 왜 하고!  그래 네 말대로 질문도 필요하지. 그러나 먼저 믿고 희생하며 섬기며 신앙을 성숙시켜야 하는 것이야. 사랑도 완전히 이해한 뒤 시작하는 거 아니잖아. 먼저 사랑하고 희생하며 익혀가는 것이지.”

촉새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현미경이 인간의 눈을 밝게 하고, 우주선이 세상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듯이 AI는 인간이 보지 못하는 더 많은 부분을 보게 하는 시대가 됐잖아. 그런데 그것을 사용하여 더 좋은 설교를 하려는데 왜 수군거리냐? 그리고 설교 끝난 다음에 목사가 질문을 받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이해시켜 주는 것이 왜 나쁜 것이야?”

고개만 숙이고 듣고 있던 셰퍼드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촉새, 고맙다. 교회 문제의 정곡을 찌르고 새롭게 될 수 있는 진주 같은 제안을 해 주어서.”

“하지만 제안을 하고 보니 설교를 마친 목사가 모든 질문을 받고 답한다는 건 십자가 짐 같은 고생스러운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거 있지.”

“답하지 못해 얼굴이 빨개질 때도 있겠지. 그러나 그 순간을 정직할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실력을 키우고 소통한다면 십자가의 능력이 그곳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그러며 성도나 목사가 하나 되어 부활의 기쁨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럴 때 생각하는 교인들은 더 들어올 것이고.”

“상상만 해도 수만 명의 천군 천사들이 트럼펫의 반주에 맞춰 합창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구나.”

‘내 주를 가까이 가게 함은 십자가 짐 같은 고생이나.’

이별을 앞둔 방안의 우울했던 공기가 사라지고 성스럽게 바뀌어 버렸다.

“신앙은 감정과 이성과 영성이 함께 어우러져 성숙해야 하는 것이야. 자연과 이웃과 사회와 문화가 아름답게 어울려 인간을 가치 있고 행복하게 하듯이.”

촉새가 눈을 지그시 감고 말했다.

“진실이 투명하게 나누어지는 곳은 어디나 본향이 되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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