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아래서](60) 인고(忍苦)의 착각을 넘어, 뼈를 윤택하게 하는 ‘칭찬’의 신비
궁인 목사(휴스턴 새누리교회)
인고(忍苦)의 착각을 넘어, 뼈를 윤택하게 하는 ‘칭찬’의 신비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경탄하는 유례없는 경제 발전을 이루었으나, 그 화려한 성적표 이면에는 OECD 자살률 1위, 출산율 최하위라는 서글픈 자화상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인들은 밤낮없이 매진하며 소위 ‘죽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우리 마음속에는 성취의 기쁨 대신 깊은 ‘억울함’과 ‘분노’가 독소처럼 쌓여간다. 심리학자들은 한국인의 이 기묘한 집단적 불행 뒤에 이른바 ‘인고(忍苦)의 착각’이라 불리는 현상이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내가 고생하고 참으면 반드시 그에 합당한 보상이 올 것”이라는 일종의 보상 심리적 믿음이다.
하지만 냉혹하게도 인생은 우리가 견뎌온 고난의 양이나 시간에 비례하여 정직한 보상을 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감수한 리스크와 포기한 현재의 행복에 대해 세상이 침묵할 때, 우리는 극심한 허탈감에 빠진다. “내가 이렇게까지 희생했는데 왜 결과는 이 모양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영혼을 병들게 하는 칼날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신앙적, 도덕적 신념을 강하게 가진 이들에게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내가 이만큼 헌신하고 섬겼으니, 하나님이 당연히 복을 주셔야 마땅하다”는 식의 거래적 사고에 물든 것이다. 그러나 삶의 진정한 축복과 회복의 비결은 고난의 축적이 아니라, 우리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선한 말’과 ‘칭찬’에 숨겨져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는 이론이 있다. 이는 타인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격려할 때, 정작 그 말을 하는 본인의 신체가 먼저 치유되는 놀라운 기적을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지지의 언어를 건네는 순간, 우리 뇌에서는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샘솟는다. 이 호르몬들은 스트레스 수치를 급격히 낮추고 면역력을 높이며, 혈압 안정과 만성 통증 완화라는 실질적인 신체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즉, 칭찬은 상대방에게 주는 선물이기에 앞서, 창조주가 인간의 신체 내에 정교하게 설계해 둔 ‘자가 치유 시스템’인 셈이다. 내가 내뱉은 긍정의 에너지가 타인의 귀에 닿기도 전에 나의 혈관과 세포를 먼저 정화한다는 사실은 실로 경이롭다.
그러나 성경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이 치유의 신비를 선포해 왔다. 잠언 16장 24절은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말한다. 그리고 칭찬의 수혜자가 상대방이 아니라, 내가 먼저라는 것을 알려 준다. 칭찬은 상대방에게 들리기 전에 나의 생각, 목소리를 통해서 나오고 내가 가장 먼저 듣는다. 결국의 칭찬의 최우선 수혜자는 나인 것이다. 우리가 지체를 향해 건네는 칭찬은 나의 뇌와 심장을 통과하며 내 몸의 가장 깊은 곳인 ‘뼈’를 튼튼하게 하고 골수를 윤택하게 하는 양약이 된다. 뼈가 건강해야 피가 생성되고 생명력이 유지되듯, 칭찬은 우리 생존의 근간을 지탱하는 힘이다.
또한 잠언 12장 14절은 “사람은 입의 열매로 말미암아 복록(福祿)에 족하며”라고 약속한다. 여기서 ‘복록’은 일시적인 요행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결실, 즉 오늘날의 ‘월급’과 같은 개념을 포함한다. 우리가 일상의 현장에서 칭찬의 씨앗을 부지런히 심을 때, 하나님께서는 마치 신실한 고용주처럼 우리 삶의 필요를 채우시고 삶의 기반을 견고하게 하신다는 원리다.
실제로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관계의 갈등과 결핍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목마름’에서 기인한다. 현대인은 타인의 박한 평가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스스로가 타인에게 건네야 할 따뜻한 칭찬은 아끼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칭찬은 고갈되는 자원이 아니라, 쓰면 쓸수록 증폭되는 영적인 화폐다. 칭찬을 아끼는 마음 뒤에는 “남이 잘되는 꼴을 보면 내 가치가 낮아질 것 같다”는 열등감이 숨어 있을지 모르나, 성경적 원리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타인의 장점을 발견하여 입 밖으로 내뱉는 훈련은 나의 시선을 부정에서 긍정으로, 결핍에서 풍요로 옮겨놓는다.
따라서 이제는 고생 자체가 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막연한 착각에서 단호히 벗어나야 한다. 과거의 억울함에 매몰되어 현재의 소중한 시간을 분노로 낭비하기보다, ‘칭찬’이라는 쉽고도 강력한 축복의 길을 선택해야 할 때다.
오늘 내 곁에 있는 가족과 동료에게 구체적이고 진실한 칭찬 한마디를 건네 보라. 그것이 당신의 건강을 회복시키고, 매일을 기쁨이 넘치는 날로 만드는 기적의 씨앗이 될 것이다. 칭찬은 개인의 회복을 넘어 우리 공동체의 생명력을 되살리는 가장 고결하고도 경제적인 처방전이다. 나를 살리고 세상을 윤택하게 하는 이 위대한 여정은 바로 지금, 당신의 입술 끝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매일 칭찬의 열매를 맺을 때, 하나님이 약속하신 복록은 어느덧 우리 삶의 현장에 가득히 고여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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