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Select Page

Advertisement

에스더 사모의 [진리와 하나된 교육] – 27. 디지털 시대, 근원으로 돌아가는 거룩한 루틴의 회복

에스더 사모의 [진리와 하나된 교육] – 27. 디지털 시대, 근원으로 돌아가는 거룩한 루틴의 회복
남궁 에스더 사모
데이튼 라이프 침례교회 (OH)
FIU 교육학과 객원교수 및 LIFEWISE ACADEMY Bible Teacher

“디지털 시대, 근원으로 돌아가는 거룩한 루틴의 회복”

“이 율법의 말씀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여호수아 1장 8절)

새해는 나로 하여금 항상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게 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떤 사람으로 자라게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현 시대의 기독교 교육도 마찬가지 질문 앞에 서 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다음 세대에게 하나님의 말씀은 어떤 방식으로 전해져야 하는가.

나는 매주 공립학교 아이들과 함께 성경 말씀을 나눈다. 그 시간은 늘 말씀이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시대로 급격히 진입한 세상의 흐름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화면과 영상, 빠른 전환과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하다. 말씀을 가르치는 교사인 나 역시 아이들의 집중과 흥미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수업을 준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모습 속에서 마음 한편에는 지워지지 않는 질문이 남는다. 디지털 시대로 향하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친다는 것은 과연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하는가. 우리는 기술을 잘 사용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기술에 익숙해진 나머지 말씀의 깊이와 무게를 점점 가볍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성찰이다.

이론적으로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며, 신앙 교육의 본질은 관계와 삶 속에서 형성된다는 사실을.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효율과 편의, 즉각적인 반응을 추구하다 보면 말씀이 스크린 안에 머물고, 성경은 직접 펼쳐 읽는 책이 아니라 ‘보여지는 자료’로 전락하기 쉽다. 정보는 많아지지만, 말씀의 깊이가 삶 속으로 스며드는 정도는 오히려 얕아질 위험이 있다.

이 지점에서 나는 종교개혁자들이 외쳤던 구호, “아드 폰테스(Ad fontes)”를 떠올리게 된다.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이 외침은 모든 시대의 신앙 교육을 관통하는 원리다. 종교개혁자들은 교회의 전통과 형식보다 성경 그 자체로 돌아가고자 했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살아가는 오늘날의 기독교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을 사용하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더욱 말씀의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새해를 맞으며 의도적으로 아날로그적 방식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보기로 결단했다. 이는 디지털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디지털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말씀의 깊이를 회복하겠다는 교육적 선택이다. 파워포인트 화면에 성경 구절을 띄워 읽게 하기보다, 아이들 각자가 성경책을 직접 펼쳐 본문을 찾고 소리 내어 읽도록 할 것이다. 말씀을 눈으로 소비하는 정보가 아니라, 입으로 고백하고 몸으로 기억하는 경험으로 회복시키고자 한다.

여호수아 1장 8절은 이러한 교육적 결단을 위한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다. 말씀을 입에서 떠나지 않게 하고, 주야로 묵상하며, 그 말씀을 지켜 행하라는 명령은 신앙이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리듬이 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신앙 교육은 단회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의 습관, 곧 거룩한 루틴을 통해 형성된다.

이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나의 가정으로 이어진다. 신앙 교육의 가장 중요한 현장은 여전히 가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가정은 새해를 맞아 의도적으로 디지털 속도를 늦추는 작은 실천을 시작했다. 하루 일정 속에서 잠시 화면을 내려놓고, 성경을 소리 내어 읽는 시간을 삶의 리듬 안에 다시 세워가고 있다. 성경읽기표에 따라 하루 분량의 말씀을 온 가족이 함께 소리 내어 읽는다. 이 시간은 정보를 소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함께 듣고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2주에 한 번씩 정해진 말씀을 암송한다. 암송은 단순한 기억 훈련이 아니라, 말씀이 입에 머물도록 하는 신앙 훈련이다. 반복해서 소리 내어 말씀을 고백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경의 언어에 익숙해지고, 삶의 순간마다 그 말씀이 떠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호수아 1장 8절의 말씀이 가정 안에서 실제 삶으로 구현되는 순간이다.

이러한 실천은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이자, 동시에 아드 폰테스, 곧 근원으로 돌아가는 신앙 훈련의 첫걸음이다. 디지털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 차지하던 자리에 말씀을 다시 중심에 두는 선택이다. 빠른 자극 대신 느린 반복을 선택하고, 소비되는 콘텐츠 대신 살아내는 말씀을 선택하는 것이다.

‘거룩한 루틴’은 거창한 훈련이 아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성경을 펼치고, 같은 순서로 말씀을 읽으며, 정기적으로 말씀을 암송하는 반복 속에서 신앙은 서서히 형성된다. 이러한 루틴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지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의 사고와 언어, 선택과 태도 속에 깊이 스며든다. 신앙은 이렇게 일상의 반복 속에서 인격으로 빚어진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다음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말씀이며,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기독교 교육은 기술보다 말씀의 무게를 회복해야 한다. 느리지만 깊이 있게, 화려하지 않지만 견고하게, 근원으로 돌아가는 교육이 요청되는 시대다.

아드 폰테스! 이 외침은 오늘날 우리의 교실과 가정, 그리고 신앙 교육의 현장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새해를 시작하며 나는 다시 성경을 손에 들고 아이들과 함께 거룩한 루틴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말씀이 입에 머물고, 마음에 새겨지며, 삶으로 살아내어지는 교육, 그것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미주침례신문 앱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