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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   

[이수관 목사의 목회의 길에서]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   

이수관 목사 – 휴스턴 서울교회(미주)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

재작년 3월에 결혼한 딸과 사위 사이에 아기가 생겨서 곧 딸을 출산할 예정입니다. 제 딸은 어릴 때부터 아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에도 본인은 결혼하면 최소한 네 명은 낳고 싶다고 했고, 결혼 전에도 온 교회의 아기들을 다 번갈아 가며 안고 다닐 만큼 아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정작 본인의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고민을 시작할 무렵 작년 4월 목회자 컨퍼런스 이후에 아기를 가졌습니다.

미주에 있는 가정교회를 하는 교회들이 번갈아 가며 주최하는 목회자 컨퍼런스에서는 수요일 저녁에 특별한 시간을 갖습니다. 컨퍼런스를 주최하는 교회의 목자/목녀들이 나와서 각지에서 참석한 목사님들에게 기도를 받는 순서입니다. 그럴 때 보통 가정교회를 하는 목사님들에게는 섬기는 목자/목녀가 너무나 귀하기 때문에 정말 정성껏 기도를 해 줍니다.

작년 4월에 우리 교회 영어 회중에서 미주 목회자 컨퍼런스를 주최했을 때, 영어 회중 신동일 목사님이 ‘우리 교회에는 아기를 기다리는 젊은 목자/목녀님들이 많다’면서 일반 기도 외에 특별히 아기를 원하는 커플을 대상으로 기도를 부탁했는데, 그 때 저희 딸과 사위도 나와서 기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기도를 받고 임신한 가정이 여럿 있었고, 그 가운데는 6년 만에 임신을 한 부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딸도 그 후 오래지 않아서 임신이 되었습니다. 기도의 힘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아직은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그리 크게 와 닿지는 않아서 그런지, 나는 주책없이 싱글벙글 하며, 만나는 사람마다 사진을 꺼내서 보여주고는 그러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주가 태어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것이 요즈음 마음에 와 닿고는 합니다. 예전에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왜 그리 손주를 예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손주는 자식과는 또 다른 특별한 애정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사실 누구나 자식을 낳아 키울 때는 그리 여유를 가지지 못합니다. 일단은 자식을 낳는 30대 초반의 나이가 그리 한가한 나이가 아니지요. 일단은 본인의 인생이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삶의 무게와 싸우던 시절이고, 거기에 눈앞에 중요한 골도 있었고, 인생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있던 시기라 자식을 즐긴다기 보다는 본인 앞가림을 하느라 허덕허덕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인생을 바라보는 깊이도 없던, 즉 철이 들기 전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자식들과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러다 그 세월이 지나 인생을 조금 여유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만나는 손주는 다른 것입니다. 자식에게 주지 못했던 잔정도 주고 싶고, 진정으로 위해주고 싶은 그 모든 애정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좋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도 그렇게 힘겹게 우리를 키웠구나, 사랑할 수 있는 능력과 여유가 없던 것이구나 하는 것이 새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이 아이의 버릇을 나쁘게 만들기도 하지요. 저에게 주어진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사랑하되 절제 있는 사랑을 줄 줄 아는 좋은 할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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