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ect Page

[심연희 사모의 가정상담칼럼] 불안도 힘이다

심연희 사모(RTP 지구촌 교회, Licensed Marriage and Family Therapist, 미주)

불안도 힘이다

뉴스나 신문을 접하면서 형성되는 불안감은 어떤 바이러스보다 빨리 전 세계로 구석구석 전염되는 양상이다. 유달리 걱정이 많고 늘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 불안증이라는 진단을 받는 것과는 다르게, 요즘은 불안감이 지역과 사람의 성향을 불문하고 우리 모두에게 둥지를 튼다. 이런 국제적인 불안감은 개개인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비난의 대상을 찾고,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위기의 상황에 대처하려는 몸부림 등 여러 모양의 반응으로 이어진다. 어느새인가 마스크가 동나고 마켓에서는 생필품이 있던 자리들이 텅텅 비기 시작한다. 뉴스를 확인하느라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국제적 감정의 소용돌이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해야 할까?

먼저는 불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불안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사람 간의 갈등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채워지지 않는 욕구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개인의 삶이 위협받을 때이다. 전쟁, 이상기후, 질병, 낯선 환경과 변화 등등 안정감을 흔드는 실제적인 이유가 불안의 원인이다. 하루가 멀다고 총성이 들리는 동네에서 산다든지, 시험 직전이라든지, 암 검사의 결과를 기다린다든지 이런 상황에서 불안감이 없다면 그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불안감도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감정 중의 하나이다. 불안감이 없으면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도, 무엇인가를 애써 성취하려는 노력조차도 없을 수 있다. 전염병의 팬데믹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지금의 상황에 느끼는 불안감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그 불안감을 애써 잊으려 하면 꼭 물속에 억지로 집어넣으려는 공처럼 자꾸 엉뚱한 데서 튕겨져 나온다. 반면에 불안감에 완전히 사로잡혀 두려움과 내가 한 덩어리로 굴러가기 시작하면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 오히려 그 감정과 차분히 마주하고 들여야 보아야 한다. 그래야 나의 불안이 합리적인지, 비합리적인지 판단할 수 있다. 불안감 자체를 인정해야 그다음이 보인다.

불안에 대한 다음 단계는 건강한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시험 불안이 있는 사람이 효과적으로 불안감에 대처하는 방법은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다. 서류 제출의 기한 때문에 불안해하는 경우, 서류를 더는 미루지 않고 빨리 작성해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설교 때문에 생긴 불안은 기도와 더불어 설교 준비를 열심히 해야 그나마 누그러진다. 효과적인 시간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불안감에 대처하는 건강한 방법의 하나다. 이처럼 불안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건강한 불안은 건강한 대책으로 이어진다. 불안감도 힘이 될 수 있다. 전염병의 불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작지만 건강한 버릇을 키우는 것이다. 손을 열심히 씻는다. 건강한 음식, 운동으로 면역력을 키운다. 큰 집회나 모임을 자제하자는 노력도 바로 이런 대책의 일환이다. 신체적 증상을 민감하게 살피고 위험의 가능성에 재빨리 조치를 취하는 것도 대책의 하나이다. 최선을 다해 하루빨리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도 건강한 대책이다.

불안감에 대처하는 방법의 하나는 삶의 도전에 직면하고 이겨왔던 우리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정치적, 사회적 이슈와 더불어 코로나바이러스와 이단의 움직임이 맞물려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은 문제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냉철하게 평가하고 추적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또한 검사능력, 의료시스템 등 탁월한 부분도 주목받고 거론된다. 함께 애쓰며 이겨나가자며 위기의 현장을 찾는 자원봉사자들이 있고 크고 작은 기부도 이어진다. 오래전 전쟁에서 일어나 우뚝 섰던 이 작은 나라가 또 바이러스와의 싸움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우리를 불안감에 삼켜지지 않도록 지킨다. 만에 하나 아파도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회복할 능력이 있다는 자각이 병의 가능성 때문에 옴짝달싹 못 하기보다는 오늘을 또 열심히 살아가게 한다.

불안감의 대처에서 가장 중요하고 포괄적인 대처는 이 모든 상황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의 불안감은 우리가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분명히 가르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제한적임을 뼈에 사무치게 깨닫게 한다. 하나님의 손에 맡겨드리는 것만이 최선임을 알려준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의 끝이 하나님이 아니라면 불안에서 진정으로 벗어날 방법은 없다. 신천지는 전에도 심각한 문제였고 지금은 모두가 아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전에 이로 인해 고통을 겪었던 교회들이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건강한 신학을 확고히 하고 교회를 깨끗이 하는 계기로 삼았다. 지금이 또한 민족의 죄를 품고 엎드렸던 느헤미야나 예레미야처럼, 한 도시를 살리기 위해 간구했던 아브라함처럼 회개와 겸손함으로 엎드려야 할 때인가 보다. 이 위기가 곪은 부위를 도려내고 진정한 회복을 경험하는 기회이기를 함께 기도한다. 우리의 불안조차 우리를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가게 하는 힘이 되길 간구한다.

미주침례신문 앱 다운로드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