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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회 목사의 삶, 안목, 리더십]
행동하게 하는 리더십

<span style=" font: bold 0.8em Nanum Gothic, serif ; color: green;">[정태회 목사의 삶, 안목, 리더십]</span> </br><span style=" font: bold 0.5em Nanum Gothic, serif ; color: fuchsia;">행동하게 하는 리더십</span>

정태회 목사 – D.C.M.i 대표(미주)

행동하게 하는 리더십

최근 캄보디아의 프놈펜 공항에서 경험했던 일이다. 프놈펜을 출발하여 시앰립으로 날아갈 비행기 탑승시간이 되자 공항 관계자는 게이트를 열어 탑승객을 버스에 실었다. 버스는 성별, 연령, 인종, 국적을 초월하여 다양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눈에 보아도 관광객들이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불교의 3대 성지이며 세계 최대 규모의 사원인 앙코르 와트를 보러 가는 사람들이었다. 혼자서 가는 사람들도 간혹 있었지만 대부분 부부, 연인, 친구, 그룹 등 파트너와 함께하고 있었다.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더러는 눈과 코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얼굴을 차단한 ‘복면강도형’ 여행객도 몇 사람 보였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몸살을 앓으며 사회적 거리 두기의 차원을 넘어 사람들이 아예 집 밖에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이 판국에 저들은 왜 앙코르 와트를 보기 위해 신들린 사람처럼 여행하는 것일까? 그들의 얼굴에 두려움의 그림자는 전혀 없었다. 한 시간 이후 앙코르 와트에 도착한다는 기대감과 흥분만이 완연했다. 이 위험한 시기에 사람들로 하여금 무모할 정도의 여행을 하게 하는 리더십 요소는 무엇일까? 계속해서 생각했던 나의 뇌리에 비전, 열정, 기쁨, 동반자의 네 가지 리더십 요소가 떠올랐다.

인간을 행동하게 하는 첫 번째 요소는 비전이다. 목표와 비전은 성취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동일하나 본질에 있어서 조금 다르다. 목표가 주관적,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하여 언제까지 어떤 류의 성취를 하겠다고 제시해 놓은 데이터라면 비전은 아직 그 목표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한 사람이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 목표쯤은 족히 달성할 수 있으며 이미 달성했다는 환영(幻影)에 잡혀 설렘과 흥분으로 그 목표를 향해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 과학적 분석이 데이터를 가능하게 한다면 영적, 정서적 매료됨이 비전을 가능하게 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즐기는데 강력한 의지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낼 수 있다. 아무리 피곤해도 청량제가 솟구친다. 마력이다. 신비이다. 영혼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숙명이며 신적 부름이다. 비전에 잡히지 않은 사람은 리드할 수 없다. 그러나 비전의 사람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리더가 되는 것도 아니다. 유능한 리더는 자신의 영혼에 태풍을 일으키는 비전을 소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영혼에 동일한 비전을 던져 그들의 영혼 속에도 태풍이 일어날 수 있게 해야 한다. 천년고도 시앰립에 우뚝 선 앙코르 와트를 보고 말겠다는 거의 종교적인 환영이 이 많은 사람을 전쟁과도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의 천년고도 시앰립에 오게 하였다. 리더의 가슴은 비전에 불타야 하고, 추종자의 가슴에 그 불을 붙일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열정이다. 열정과 비전은 일란성 쌍둥이이다. 목표를 세웠다고 열정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엄청난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슴 설레는 비전의 한복판에는 열정의 불이 타고 있다. 열정처럼 강력한 성취동기는 없다. 열정이 있으면 희생이 하나도 고통스럽지 않다. 오히려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에게는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일을 이루고 말겠다는 각오는 열정에서 나온다.

리더와 위원회 혹은 당회의 차이가 무엇인가? 비전으로 인해 리더의 가슴은 불덩어리(열정) 그 자체이다. 그러나 리더가 성급하게 자신의 비전을 위원회나 당회 앞에 제시한다면 십중팔구 위원회(당회)는 리더의 비전을 죽이고 말 것이다. 많은 경우 위원회(당회)는 소방수이다. 그들의 머리에는 불 대신 주관적, 객관적 데이터만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지, 안 되는 것을 되는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성취동기는 아직 없다. 리더는 그들의 머리가 아닌 가슴에 불을 붙여주어야 한다. 비전을 받으면 열정(불)이 생긴다. 열정은 전염성이 강하다. 리더는 위원회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나 그들의 가슴에 자신이 갖은 불을 붙여주어야 한다. 이 과정은 시간과 기도를 필요로 한다. 사랑은(리더는) 오래 참고, 사랑은(리더는) 온유하다. 인내와 온유는 리더십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위원회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슴에 리더와 동일한 불을 붙인 이후에 위원회가 열려야 그 안건이 통과된다. 성급한 리더는 조직을 이끌면서 “왜 나를 불러 놓고 협조하지 않느냐”라고 불평한다. 물론 조직이 순순히 그를 따라올 리 없다. 조직이 리더를 따르게 하려면 조직원의 가슴에 열정의 불을 붙여주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명적 위협 속에서도 이 많은 사람들이 앙코르 와트를 향해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여행의 과정이 즐겁기 때문이다. 나아가 앙코르 와트에 도착하고 나면 목표 달성이라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한 사람이라면 목표 달성의 기쁨보다 더욱 오래가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한 추억이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유능한 리더는 조직원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투하면서 겪어야 하는 모든 경험을 의미 있고 보람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분투의 과정을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동반자이다.

어떤 사람과 여행하느냐가 여행을 즐겁게도 고통스럽게도 만든다. 이스라엘 백성의 40년 광야 생활은 불순종과 반역으로 점철된 고통의 시간이었다. 아브라함의 씨를 통해 하나님의 백성을 만들겠다는 예언의 성취로 이스라엘 민족이 탄생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다. 그러나 12명의 하나님 백성 대표가 약속의 땅을 정탐한 이후 10명은 전혀 하나님의 백성답지 않은 태도와 반응을 보였다. 주류의 태도가 그랬다면 이들의 여행은 즐겁지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 리더가 여행을 위해 적절한 동반자를 선택하지 못한다면 이 여행은 피곤한 여행이 될 것이다.

회사는 사원을 모집할 때 시험과 면접을 통해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사람을 뽑는다. 그리고도 모자라 엄선한 사람들을 연수원에 넣어 일정기간 훈련시킨 이후 드디어 그들이 일할 부서와 데스크로 안내한다. 이렇게 일 잘하고 있는 사람들도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연수라는 이름으로 각양의 훈련 기회를 제공한다. 교회도 이렇게 하는 것이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다.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뜻과 재능이 비슷한 사람은 항상 같이 어울린다. 리더가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고고한 인격과 차원 높은 헌신을 요구한다면 그것이 버거운 사람들은 그 리더를 떠나게 되어있다. 그러나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은 그 리더를 따르게 되어있다. 이렇게 엄선한 사람들도 정기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그래서 리더와 추종자가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을 때 그 조직은 비전, 열정, 기쁨, 동반자의 네 가지 요소에서 탁월해진다.

리더가 은퇴를 생각해야 할 때 그와 함께 하는 사람들 중 리더의 동일한 DNA를 찾을 수 없다면 리더후계자를 조직의 외부에서 불러와야 한다. 이럴 경우엔 안타깝게도 조직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은퇴하는 리더, 또 그를 따르는 조직원과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리더의 은퇴 이후 조직의 모습이 바뀌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나아가 은퇴한 리더의 DNA에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리더의 DNA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 조직을 떠날 것이다. 그러므로 후계자의 배신(?)에 가슴 아파할 필요가 전혀 없다. 일이 이렇게 된 이유는 새로운 리더가 조직의 외부에서 왔기 때문이다. 새로운 리더가 조직 외부에서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은퇴한 리더가 의도적으로 자신의 동반자에게 자신의 DNA를 심어주어 후계자로 만드는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의 DNA가 동화되지 않았다면 이 동행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동행이 힘들었던 조직이 성장했을 리는 만무하다.

자신을 따르는 자들의 가슴에 비전, 열정, 기쁨을 뿌리내리게 한 이후 자신의 DNA를 가지고 있는 후계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이라면 자신이 이끄는 조직이 살아 움직이게 할 수 있다. 이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의도성을 가지고 집요하게 노력해야 한다. 이 노력의 어간에 실패의 아픔이 있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어 행동하게 하는 리더는 실패하지 않는 리더가 아니다. 실패를 딛고 분연히 일어서 자신의 사명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는 리더이다. 오랜 여행에 병도 나고 예상치 않았던 일이 생겨나 여행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현재를 분석해 가야 할 방향으로 코스를 잡아 나가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어간에 리더가 조직원들의 가슴에 자신이 가진 비전, 열정, 기쁨을 끊임없이 심어주면서, 여행을 기쁘게 할 양질의 동반자를 계속 공급할 수 있다면 조직원들은 방관자가 아닌 능동적 참여자로 변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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