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숙명, 새벽기도(1)

 

우리의 숙명, 새벽기도(1)

한인 목회자에게 새벽기도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나(이곳에선 아주 가끔 폭설로 취소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새벽을 깨워야만 한다! 우리 동네 미국 목사님들도 한국교회의 강점은 역시 새벽기도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그 강점을 배우고 본인 교회에 도입하려는 미국 목사님은 아직 내 주변에 없다(It’s easier said than done!). 지난 SBC 총회 때 convention에서 한인 2세 목회자와 1세 목회자 간의 만남이 있었다. 그중 2세 목회자 한 명이 새벽기도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꼭 해야만 하는지 솔직하게 물었다. 짐작건대 1세 목회자 중에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어쩌랴… 미국 목회자들도 새벽기도가 한국교회의 강점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힘들어도 그 강점을 묵묵히 지켜나가야 되지 않겠는가!

왜 새벽기도인가? 나는 이에 대한 신학적인 답을 찾기보다는 목회적인 경험에서 ‘새벽에 만나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특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수년 전에 우리 교회를 다녀간 한 가장의 새벽기도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가정은 한국에서 신앙생활을 전혀 하지 않았던 가정이었다. 남편은 한국의 IBM에서 10년 넘게 일하다가 큰맘 먹고 미국에서 Computer Science 학위를 하러 뒤늦게 가족들과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고 정기적으로 함께 테니스를 치면서 인간적인 친분도 쌓게 되었다. 일단 석사과정부터 시작을 했는데 본인이 IBM에서 10년 넘게 일한 경력과 실력이 있었던 터라 공부는 minor처럼 보였고 마치 테니스가 major인 듯 코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당시 나는 증인이자 공범이기도 하다).

그런데 졸업이 가까이 오던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졸업논문 대신 졸업시험을 보기로 하고 준비하던 중 기출문제를 보고 소위 말해서 ‘멘붕’이 온 것이다. 본인의 실력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석사 졸업 시험을 우습게 봤다가 시험을 한 달가량 앞두고 준비가 너무 안 되어 있는 자신의 현주소를 발견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 위기가 기도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초신자가 매일 새벽기도를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기도만 한 것은 아니다. 온종일 열심히 공부하며 성실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여러 유형별 예상 문제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느 특정한 유형의 문제는 아무리 풀어보려고 애를 써도 잘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새벽마다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던 제목은 바로 그 유형의 문제만은 졸업시험에 나오지 않도록 매일 기도했다는 것이다.

각 문제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만약에 한 문제라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졸업을 한 학기 미뤄야 하고 그렇게 되면 박사과정 입학도 미룰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서 스케줄이 심하게 꼬이고 만다. “하나님, 제발 그 시험 문제만은 나오지 않도록 은혜와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그렇게 열심히 기도하고 공부하던 어느 주일 아침, 하나님께서 자신만을 위해서 특별한 응답을 주셨다며 상기된 얼굴로 내게 간증을 들려주었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그날 주일예배 때 드렸던 찬양 중에는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가 있었는데 가사 중에 ‘그가 너를 지키시리라. 너의 출입을 지키시리라.’에서 ‘너의 출입’이 아니라 ’너의 졸업’으로 들렸다는 것이다. 좀 이상해서 파워포인트로 띄운 가사를 유심히 봤더니 심지어 파워포인트에도 ‘졸업’으로 쓰여 있어서 마침 졸업 시즌을 맞아 찬양팀이 유머 있게 가사를 살짝 바꿨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졸업식이 가까이 온다 해도 찬양 가사를 그렇게 마음대로 바꿔서 예배 중에 찬양할 찬양팀이 어디 있겠는가? 본인의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어쨌든 그 주일 예배를 통해서 확신을 하고 담대함으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졸업시험 당일을 맞았다. 과연 하나님은 그 간절한 기도에 응답을 주셨을까? 조금은 이기적인 기도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초신자인데 하나님이 들어주셔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이런 간증에 익숙한지도 모른다. ‘새벽기도에 가서 간절히 기도했더니 하나님이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셨더라.’ 하지만 이 이야기의 반전은 야속하게도 바로 그 어려운 유형의 문제가 보란 듯이 문제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달 넘게 새벽마다 기도했던 기도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자 초신자의 적은 믿음마저 흔들릴 수 있는 위기의 상황임이 분명하다. 시험의 정석대로 우선 아는 문제들부터 다 풀고 어려운 문제, 아니 자신의 실력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그 문제만을 남겨 놓았다. 다른 문제를 다 풀어도 이 한 문제를 못 풀면 졸업이 물 건너가는,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문득 졸업을 지켜주신다는 하나님의 표적(?)이 떠올랐다고 한다. 짧은 기도를 드리고 마침내 그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차분히 생각하기 시작하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반전이다.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어디서 그런 아이디어와 지혜가 생겼는지 자기도 모르게 시험 답안을 미친 듯이 써 내려갔다는 것이다. 심지어 다른 답안들보다 더 자세하고 정확한 설명을 하면서 답안지를 작성했다고 한다. 시험지를 제출하고 나오면서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할렐루야!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저의 졸업을 정말 하나님이 지켜주셨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졸업 이후 캔사스 주에 있는 학교로 박사학위를 위해 떠날 때까지 이 형제는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새벽기도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하고 싶다면 우리의 거룩한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건 어떨까?

“하나님이 그 성 중에 계시매 성이 흔들리지 아니할 것이라 새벽에 하나님이 도우시리다”(시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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