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앙일보 김ㅇㅇ 기자님께

 

불철주야 사회를 비추는 언론인의 사명을 감당하는 기자님께 늘 만복이 깃드시길 바랍니다. 저는 미국 오렌지카운티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입니다. 저는 우연히 미주중앙일보 실린 기자님의 글을 읽고서 이렇게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아마 제 아들과 딸이 결혼 적령기가 되어서 그 기사가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님은 그 기사를 아마 8월 10일자 국민일보의 유 00 기자님이 쓴 기사를 토대로 작성한 듯합니다. 하지만 기자님의 글은 하나의 기사라기보다는 일반인들의 트윗이나 남의 글을 블로그에 담아 놓은 정도의 수준이어서 과연 오늘날 기사를 이렇게 작성해도 되는 것인지, 이런 것이 관행인지 궁금해서 글을 드렸습니다. 만일 김 기자님이 젊은 분이라면 이렇게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혹 관행이라 하더라도 다른 접근법을 쓰는 것이 기자로서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저는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나 언론인들과 기사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며 언론 불신이 더욱 심해지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을 드립니다. 이는 비단 어느덧 초로의 인생을 사는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마 기자님이 그 기사를 거의 그대로 옮겨 쓰면서 가졌던 생각은 ‘그래도 기독교만은, 혹은 목사와 목사의 자녀들만은 이 사회가 살아가는 방식과는 좀 더 다른 고상한 가치관을 소유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기독교에 대한 막연한 반감’으로 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후자는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오늘날 기독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고 지탄이 되고 있으며, 일부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경건하게 살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교인들을 인도하여야 하는 목회자로서 책임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일면 기독교가 그동안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 온 숭고한 면은 외면한 채 어느 일부분만 부풀리는 소수의 언론들의 침소봉대적인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아마 그 구혼 광고는 어느 기독교 신문사에 실린 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기독교 신문은 주류 언론에 속하는 신문이 아니고 단지 기독교라는 배경을 둔 초교파 신문이거나 아니면 기독교내 여러 교파에서 운영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며, 일반인들은 거의 구독을 하지 않고 목회자들과 교인들이 주로 읽는 것입니다. 이런 신문에 실린 개인 광고가 과연 일간신문에서 다룰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기독교 목사의 딸이 아닌 그저 평범한 구혼 광고였다면 일간신문에서 다룰 소재가 되었을까요? 이는 기독교에 대한 언론의 왜곡된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그 광고를 낸 사람의 의중이 어떠하건 간에 저는 개인적으로 인간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않는 한 각자의 개성과 가치관에 맞는 대로 살아갈 자유가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그 아가씨(제가 미국에 오래 살아서 이런 표현을 한국에서는 금기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저는 지금 결혼하지 아니한 처녀를 높여서 부르는 말로 사용하는 것입니다.)가 자신의 종교와 일치하는 사람 중에서 개인적인 조건을 따져서 구혼을 할 자유도 있으며, 본인의 스펙에 맞는 사람을 찾을 자유도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 아가씨가 목사의 딸이라는 이유 때문에 제약을 받을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자님의 생각은 단지 그 아가씨가 목사의 딸이기 때문에 흥미를 가진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목사의 입장에서 “‘판사나 의사를 만나’ 결혼을 하고 나라(국민)를 위해 봉사하며 평생 사랑하는 것이 곧 주님께 영광을 올려드리는 것”이라는 그 아가씨의 입장이 ‘봉사’ ‘사랑’ ‘주님께 영광’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판사나 의사’라는 일종의 사회적 성공과 견주어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어딘가 모르게 위선적인 것 같고 기독교의 근본 가치 중의 하나인 ‘낮은 곳을 향하여’와 모순이 있는 것도 같아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는 비단 저만의 생각뿐 아니라 김 기자님이 기사를 복사하여 신문에 올린 이유이기도 할 것이며, 또한 독자들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할 것입니다. 기자님이 제목을 붙인 대로 ‘눈살을 찌푸리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자님의 기사화의 결과가 일부 개인의 결혼 조건에 대한 입장을 전체 기독교와 목사, 혹은 목사의 자녀들의 가치관인양 오해를 할 소지가 있었음을 간과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기독교 목사와 그의 자녀들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음을 헤아리시길 바랍니다.

기자님이 만약 젊은 기자님이라면 더 깊은 안목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 기사를 쓰셔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미국 오렌지카운티에서

김영하 목사 드림

 

* 다듬어지지 않은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행여 이 글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으셨다면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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